정부가 미국 화이자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30만명분 이상 구매하는 계약이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고 발표했다. 정부 말대로라면 이미 구매 계약이 끝난 미국 머크사의 몰누피라비르 24만2000명분을 합하면 54만2000명분 이상의 먹는 치료제를 확보하는 셈이다. 현재 막바지 협의 단계로, 도입 일정도 내년 2월에서 1월 말로 최대한 앞당길 방침이라고 했다. 화이자 치료제는 복용 시 입원·사망 위험을 88% 낮출 수 있어 코로나 사태의 ‘게임체인저’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머크사 치료제는 입원·사망을 낮추는 확률이 30% 정도여서 화이자 치료제를 빠른 시일 내에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 주요국은 먹는 치료제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1000만명분, 영국은 275만명분, 일본은 200만명분의 화이자 치료제를 확보한 상태다. 이 치료제는 제조 기간이 수개월 걸려 미국도 1000만명분 전체 물량을 내년 여름에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 백신처럼 또 출발이 늦은 셈이다. 그래서 조기 확보에 실패한 백신 도입 초기 상황을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백신 확보를 제때 하지 못해 방역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큰 피해를 초래했다. 위중증 환자가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데다 백신이 잘 듣지 않는 오미크론 변이까지 확산되고 있어 효과 좋은 치료제가 절실한 상황이다. 정부는 외교 역량을 총동원해서라도 충분한 양의 화이자 치료제를 조기에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 백신 때처럼 물량이 처음 들어오는 시기만 앞당기고 정작 본격적인 물량은 나중에 들여오는 실패를 되풀이하는 것도 곤란하다.
정부가 구매하려는 화이자 치료제 30만명분이 적시에 들어올지 불확실성이 크다. 따라서 물량이 부족할 경우 누가 먼저 복용할지도 중요한 문제다. 고위험군 투약 대상을 미리 정하고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치료제 물량이 부족할 경우 고령자, 기저 질환자, 미접종자 중 누구에게 먼저 투약할지 전문가들과 미리 협의해 대체적인 컨센서스를 마련해놓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