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이번 특별사면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만 제외한 것에 대해 “국민 정서상 시기상조”라며 “국민 공감대가 형성돼야 할 수 있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국민 통합을 강조하며 “지난 시대의 아픔을 딛고 새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태도다. 두 전직 대통령은 적용된 혐의나 형량이 유사하다. 두 사람에 대한 국민 정서도 크게 다를 리 없다. 야권에선 오래전부터 두 전직 대통령을 모두 사면해 달라고 요청했었다.
청와대는 “이 전 대통령이 고령이지만 구속 기간이 780일가량으로 짧다” “박 전 대통령의 나빠진 건강 상태도 고려했다”고 했다. 하지만 만 80세인 이 전 대통령은 당뇨와 혈압, 폐질환, 다리 통증 등으로 세 차례나 입원 치료를 받았다. 어깨와 허리 디스크 등으로 장기 치료를 받아온 박 전 대통령만큼 건강이 좋지 않다. 이 전 대통령 수감 기간이 박 전 대통령에 비해 짧다고 하지만 과거 최장이었던 전두환(751일)·노태우(768일) 전 대통령보다 길다.
문 대통령은 한명숙 전 총리와 민노총 전 지도부 등 시위 관련자들을 대거 사면·복권해 주고 국가 기간 시설 공격을 꾀했던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까지 가석방했다. 이들을 풀어주면 국민 통합이 되고 이 전 대통령을 풀어주면 국민 통합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인가.
이 전 대통령은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의 심사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한다. 애초부터 이 전 대통령을 사면해 줄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청와대가 말하는 ‘정서’는 문 대통령과 여권 핵심부의 ‘반(反)이명박 정서’일 것이다. 이 정부는 출범 후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전방위 수사를 벌였다. 먼지 떨기식 수사였다. 이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고 하자, 문 대통령은 즉각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유서를 지니고 다니며 ‘아름다운 복수’를 다짐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만 사면에서 제외한 것은 이런 복수의 일환일 것이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이 내년 퇴임 직전 최측근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사면하기 위해 이 전 대통령을 활용하려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번에 한명숙, 이석기를 위해 박 전 대통령을 끼워넣기로 이용한 것과 같다. 그렇다면 꼼수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