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수소차 프로젝트가 일단 중단됐다고 한다. 자동차의 엔진에 해당하는 연료전지를 업그레이드하는 연구가 벽에 부딪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내부 감사로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고, 수소차의 사업성 자체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관련 부서 역할도 대폭 축소됐다고 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미 수소차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수소차는 전기차보다 에너지 효율이 뒤진다. 전기차와 달리 상당한 폐열이 발생해 이를 냉각하는 데도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전체적으로 전기차의 절반 효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도 대부분 포기 상태다.
그렇다고 수소 에너지의 잠재력을 평가절하해선 안 된다. 수소는 태양광, 원자력 같은 청정 전기로 생산하기만 하면 매연도 온실가스도 배출하지 않는 궁극의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 제철, 시멘트, 항공 등 산업 분야에서 탄소 중립을 실현하려면 수소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 태양광, 풍력 같은 간헐성 전력을 저장, 운반하는 유효한 수단이기도 하다.
문제는 정부가 수소를 어떻게 생산하거나 확보하겠다는 미래 비전과 전략은 없이 수소차라는 한 가지 활용 분야에만 치우쳐 정책을 펴왔다는 점이다. 정부의 탄소 중립 시나리오에서 2050년 필요한 수소 2700만t 가운데 80%를 수입으로 충당하겠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현재 전기차와 수소차의 보급 대수가 각각 23만대, 1만9000대인데 내년도 정부 지원은 전기차가 1조9000억원, 수소차 8900억원 규모다. 균형이 맞는다고 보기 힘들다.
수소차는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앞장서서 지원해왔다. 수소차 시승(2018년 2월), 프랑스 파리 수소택시 충전 현장 방문(2018년 10월), 수소 로드맵 발표 현장 참관(2019년 1월), 대통령 전용 수소차 채택(2019년 8월) 등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올해도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방문(3월), 수소 선도 국가 비전 보고회(10월)에 직접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내가 수소차 홍보 모델”이라고도 했다.
대통령이 특정 사업 분야를 지나치게 지원하는 인상을 주면 정부 전체의 정책 판단이 왜곡될 위험이 있다. 문제가 충분히 공론화되기 힘든 것이다. 이 정부의 핵심 에너지 정책으로 탈원전, 2050 탄소 중립, 수소 경제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셋 다 문 대통령이 중심 역할을 했는데 어느 것 하나 긍정 평가를 받기 힘들다는 공통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