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언론 인터뷰에서 ‘집권 시 문재인 정부처럼 전 정부에 대한 적폐 청산 수사를 하겠느냐’는 질문에 “해야죠. 돼야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정권이 검찰을 이용해서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질렀느냐. 거기에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자신은 수사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문 정권에 대해 ‘적폐 수사’가 이뤄질 것이란 뜻으로 해석됐다.
‘적폐 청산’은 문 정권이 전 정권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먼지 털듯 표적 수사를 하면서 내세운 구호다. 전직 대통령과 대법원장, 청와대 비서실장·수석, 국정원장, 장·차관, 국회의원, 군 장성, 각 부처 공무원까지 200여 명이 구속됐고 1000명 이상이 수사받았다. 이들의 징역형 합계가 100년을 훨씬 넘었다고 한다. 5명은 수사받는 중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겉으론 비리와 부조리를 없앤다는 명분이었지만 사실상 전 정권에 대한 정치 보복이었다. 2년 가까이 이어진 적폐 청산 탓에 국민은 그 말만으로도 피로를 느낄 지경이다. 그런데 그 말을 다른 사람도 아닌 윤 후보에게서 듣게 됐다.
청와대, 여권에선 “문 정권을 겨냥해 정치 보복을 선언한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는 “자기들이 했던 것은 헌법 원칙에 따른 것이고 다음 정부가 하면 보복이냐”고 반박했다. 하지만 문 정권의 적폐 청산 수사를 직접 한 윤 후보가 또 적폐 수사를 말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문 정권의 불법은 덮을 수도 없고 덮이지도 않는다. 울산 시장 선거 공작, 원전 경제성 조작, 대통령 딸과 관련된 이상직 비리 등은 이미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다. 그 수사와 재판이 더 공정하고 엄정하게 이뤄지면 된다. 이는 정치 보복성 적폐 청산과는 다른 것이다. 그런데 윤 후보가 적폐 청산을 말하면 이런 정상적 사법 절차까지 모두 정치 보복처럼 비칠 수 있다.
윤 후보는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거의 독립운동처럼 (정권 수사를) 해온 사람”이라며 중용할 뜻을 밝혔다. 한 검사장은 윤 후보 밑에서 각종 적폐·기업 수사를 이끌었던 최측근이다. 그는 강직하다는 평과 함께 먼지 털기식 무리한 수사 방식을 보였다는 비판도 듣고 있다. 그런 양면성을 가진 사람을 아직 당선되지도 않은 대통령 후보가 ‘독립운동’ 등으로 일방 옹호하는 것은 적절한가. 윤 후보의 언행은 지지율에 따라 달라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금 다시 지지율이 오름세라고 생각하는지 진중하지 못한 언행이 되살아나고 있다. 유권자들의 시선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