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선 코로나 확진·격리자 사전투표가 실시된 지난 5일, 선관위의 준비 부족과 부실 관리로 전국 곳곳서 큰 혼란이 벌어졌다. 투표 용지를 소쿠리 등으로 운반하는 장면이 곳곳에서 포착됐다(위). 일부 투표소에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아래 오른쪽)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아래 왼쪽) 후보 이름 옆에 이미 기표가 된 투표용지가 유권자에게 배부되기도 했다./뉴시스 연합뉴스

주말에도 21만명 넘는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 이렇게 폭증한 것은 정부가 방역 전문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선을 앞두고 거리 두기 등 방역 조치를 급격히 완화했기 때문이다. 사망자와 확진자 수가 코로나 사태 후 최대를 기록한 그날 방역을 더 풀어버린 상식 밖의 조치는 자영업자들 몇 표를 더 얻겠다는 선거용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이런 방역을 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방역 현장은 지옥인데 거리 두기를 완화하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며 정부 위원직을 사퇴한 전문가까지 나왔다.

이렇게 비상식적으로 방역을 완화하는 정부가 유독 투표소에 대해선 너무나 지나친 방역을 강제하고 있다. 사전투표 이틀째인 5일 벌어진 확진·격리자 투표 대혼란도 이 때문이었다. 누가 투표를 하든 자신이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는 것이 상식인데, 전국 투표소에서 투표용지를 라면 상자, 소쿠리 등에 모아 투표함으로 옮기는 일이 벌어졌다. 확진자와 비확진자 간 접촉을 막기 위한 조치라지만 직접·비밀 투표 원칙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했다. 일부 투표소에선 확진·격리자가 예상보다 몇 배 많이 몰리면서 추운 날씨 속에 떨며 몇 시간씩 기다리거나 투표를 포기하고 돌아가는 사례도 있었다.

현재 무증상 감염자가 얼마나 많이 돌아다니는지 가늠할 수도 없는 지경이다. 이들은 아무 제한 없이 식당, 카페, 지하철, 버스 등을 이용하고 있다. 마스크를 벗고 대화하며 식사하는 식당이나 혼잡하게 사람이 밀집한 지하철에 비하면 투표소는 상대적으로 더 안전한 곳이다.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고 말도 거의 하지 않는다. 비닐 장갑도 착용한다. 그런데도 식당에 대해선 지나칠 정도로 방역을 풀고 투표소에 대해선 엄격하게 구는 것은 무능인가 고의인가. 앞뒤가 맞지 않아도 너무 맞지 않는다.

이해할 수 없고 모순된 방역 조치들의 진원지는 질병관리청 등 방역 당국이 아니라 그 위의 정권 차원일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정치 방역의 이면이 모두 밝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