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구급대원들과 의료진들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0만 2721명 발생했다. 재원중인 위중증 환자는 1007명이다. 지난 1월 3일 1015명 이후 64일만에 네 자리대로 복귀했다. /뉴스1

8일 오후 9시까지 하루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32만여명을 기록해 이미 기존 최다치인 26만여명을 넘어섰다. 이날 발표한 위중증 환자 수도 다시 1000명을 넘었다. 위중증 환자 수가 1000명을 넘은 것은 지난 1월 3일 이후 두달여 만이다. 정부가 방역 조치들을 마구 풀면서 위중증 환자가 약 2주 만에 두배로 늘어났다. 코로나 중환자 병상 가동률도 59.6%로 높아졌다. 위중증 환자 수에 비해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높은 것은 산소호흡기나 에크모(인공심폐기)를 쓰지 않지만 중증인 코로나 환자도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이렇게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가 폭증한 것은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거리 두기 등 방역 조치를 급격히 완화했기 때문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갑자기 방역 패스 풀고, 역학조사도 안 하고, 확진자 수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거리 두기를 오히려 완화했다.

지금 나오는 위중증 환자는 확진자 수가 10만명 안팎이던 2월 하순쯤 코로나에 걸린 사람들이다. 위중증 환자는 2주 정도 시차를 두고 나타나기 때문에 앞으로 위중증 환자가 두배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아직 유행의 정점도 오지 않아 어디까지 늘어날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우리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을지, 지난해 연말에 이어 또다시 병상대란을 맞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방역 전문가가 한둘이 아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방역 당국은 태평하다는 느낌을 준다. 8일에도 “의료체계가 현재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서 운영되고 있고, 중환자 병상도 아직 40%의 여유가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접종 완료자에게는 오미크론 위험성이 계절독감과 유사한 수준”이라며 앞장서 국민 경각심을 풀고 있다. 의료 현장의 목소리는 전혀 다르다. 현장에서는 이미 병상이 빠듯해지기 시작했고 코로나에 걸리거나 자가격리 중인 의료진이 늘면서 의료시스템의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형병원의 경우 벌써 중증 병상에 여유가 없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의사협회도 8일 입장문을 내고 “의료기관은 코로나 환자 진료뿐만 아니라 의료진 감염으로 역량이 현저히 감소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염환자 수가 정점에 이르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방역 완화는 국민에게 잘못된 정보와 인식을 주고 감염병 대유행을 통제 불능 수준으로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정치적 이유로 확진자 폭증을 감내할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선거가 끝나면 방역도 정상화돼야 한다. 표 얻겠다고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걸고 모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