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 장소로 거론되는 국방부 신청사 모습/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7일 집무실 이전 장소를 확정 발표 하려다가 유보했다고 한다. 윤 당선인은 당초 ‘광화문 시대’를 공언했다가 경호와 보안, 비용 문제 등을 검토 끝에 용산 이전 쪽으로 기울었는데 이에 대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아 결정을 미룬 것이다.

대통령 집무실이 청와대를 빠져나오는 건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 청와대 구조는 ‘경호실 디자인’이란 느낌이 들 정도로 외부와 철저히 격리돼 있다.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과 관저가 수석과 비서들이 일하는 건물과 떨어져 있어 대통령과 참모들이 수시로 머리를 맞대기가 어렵다. 또 대통령의 권위를 부각하는 구중궁궐 같은 구조여서 그 안에서 대통령을 마주치면 터놓고 이야기를 나눌 기분이 들지 않는다고 한다. 대한민국 대통령제를 불행하게 만든 제왕적 대통령, 불통 대통령의 주요한 원인이 청와대라는 공간이라고 지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래서 윤 당선인의 탈(脫)청와대 공약은 어두운 대통령사(史)를 바꾸고 탈권위로 나가는 첫걸음으로 많은 국민이 반겼다.

문 대통령도 광화문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지만 경호나 보안 문제를 검토하다 포기했다. 청와대 영빈관, 헬기장, 지하벙커 등 집무실 이외의 주요 기능을 대체할 부지를 광화문 인근에서 찾기가 힘들었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 측도 같은 고민에 부딛혔고 그래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안을 적극 검토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방안 역시 국방부에 근무하는 대규모 인원과 시설이 단기간 내에 이전해야 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용산 이전설이 알려지자 군부터 술렁이기 시작했다. 대대급이 부대를 옮기는 데도 몇 년씩 준비 기간이 필요한데 1000명이 넘는 국방부 근무 인원이 어떻게 두 달도 안 남은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 이사를 마칠 수 있냐는 것이다.

윤 당선인은 “임기 첫날부터 광화문에서 근무”하겠다고 약속했다. 대변인도 “취임 때 청와대 들어갈 가능성은 제로(0)”라고 못 박기까지 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천도’에 가깝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엄청난 사업이다. 청와대에선 하루도 근무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첫 다짐을 지키기 위해 시간에 쫓기다 보면 엄청난 시행착오를 빚을 수 있다. 당선인 자신은 물론 국민들에게도 큰 피해를 끼치는 일이다. 약속을 지키면 되는 것이지 절대 시간에 쫓길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