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8일 인수위원회 현판식을 갖고 첫 회의를 주재했다. 지난 10일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지 8일 만이다. 박근혜 정부 때인 직전 인수위 구성에 소요됐던 16일을 절반이나 단축했다. 새로 선출된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내걸었던 약속들을 빨리 성취해 그 결과물을 국민에게 내보이고 싶은 욕심을 갖게 마련이다. 윤 당선인은 특히 속전속결식 업무 추진을 강조한다. “나는 결정이 빠르다”는 점을 자랑삼아 얘기하곤 했다. 평생 몸담아온 검찰에서 전 구성원이 한 몸처럼 움직이면서 속도감 있게 수사 성과를 냈던 경험을 떠올리며 한 말일 것이다.
개별 전문 분야에서는 한 가지 목표에 초점을 맞춰 모든 역량을 집중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윤 당선인이 앞으로 5년간 감당해 나가야 할 나랏일들은 다른 분야에 미칠 파급효과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쪽에서 성과를 내면 다른 쪽에서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권에서 상처 입은 한미 동맹을 조속히 복원하기 위해 다른 지역에 앞서 대미 특사를 보내는 방안을 추진했었다. 그러자 취임 후로 특사 파견을 미루려 했던 중국과 일본에서 유감의 뜻을 전해와 재검토에 들어갔다.
제왕적, 불통 대통령의 원인으로 지적돼 온 청와대로부터 탈출하겠다는 공약 역시 마찬가지다. 윤 당선인은 역대 대통령들이 누려왔던 화려한 청와대 생활을 포기하는 자신의 결단 문제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윤 당선인이 선호한다는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면, 국방부 근무 인원과 시설이 정상 가동할 수 있는 다른 장소를 물색해야 한다. 그에 따라 그 장소에 있던 인원 역시 새로운 거처를 찾는 작업이 연쇄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윤 당선인이 취임 첫날부터 새로운 집무실에서 근무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한다고 될 일이 아닌 것이다.
또 대통령이 벌이는 일에는 반드시 정무적 검토도 필요하다. 용산 이전설이 나오자마자 문재인 정권과 그 지지층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정치적 공격이 시작됐다. 이런 공세가 집무실 이전으로 피해를 입게 되는 국민들의 불만과 맞물리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정권 출범과 함께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을 타결 지으려고 서두르다 광우병 촛불 시위를 불렀던 사례를 잊지 말아야 한다. 당시 좌파들의 선동은 사실무근으로 뒤늦게 판명됐지만 이명박 정부의 집권 첫해 국정 에너지 손실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일이 돼버린 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