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국방부 부지 내에 있는 합동참모본부 청사로, 합참은 전쟁지휘본부가 있는 남태령 지역으로 순차적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현 청와대는 오는 5월 10일 새 정부 출범에 맞춰 개방한다는 방침이다.
지금의 청와대는 몇 차례에 걸친 북(北)의 대통령 시해 시도를 겪으면서 경호 목적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설계됐다. 외부 인사는 물론 참모들조차 대통령과의 접촉을 어렵게 하는데 초점을 맞춘 구조다. 대통령의 권위를 떠받드는 문화까지 건축에 반영되면서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마주하면 편하게 말을 꺼낼 엄두도 안 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역대 대통령들도 집무실 이전을 검토하다가 번번이 포기했다. 경호 문제 해결이 만만치 않은 데다 지하 벙커, 헬기장 등 핵심 부대 시설을 마련할 부지를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국방부 청사는 이런 여러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어렵다고 또 미루면 다음 어느 대통령도 시도하지 못할 것이라며 국민의 이해를 구한 윤 당선인 말엔 일리가 있다.
그러나 청와대, 국방부, 합참 등 대한민국 안보를 책임지는 핵심 기관들을 정부 출범까지 두 달도 안 남은 기간에 군사작전 하듯 이전해도 되는 것인지, 또 이런 엄청난 결정을 대선에서 당선된 지 며칠도 안 되는 사이에 내려도 되는지에 대해 국민은 불안하고 불편한 감정을 갖게 된다. 윤 당선인은 당초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고 정부종합청사 또는 외교부 청사를 후보지로 검토했었다. 용산으로 이전하는 방안은 불과 며칠 전에 떠오른 것이다. 일반 가정집이 이사하는 데도 두 달 안에 계획을 세워 실행하면 무리가 따르는 법이다. 청와대 시설 배치와 운영 방식엔 수십 년에 걸친 노하우가 축적돼 있다. 그것을 일시에 허물고 새로운 장소로 옮기다 보면 예상치 못한 시행착오와 문제점이 불거질 수 있다. 대부분 국가가 한 장소에 두는 국방부와 합참을 떼어 놓아도 좋은지에 대한 안보적 검토도 충분했다고 볼 수 없다. 상당한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을 아직 출범도 하지 않은 차기 정권이 인수위 단계에서 결정해서 집행해도 되느냐는 절차적 문제도 있다.
일정 기간 국민들의 의견을 듣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점도 유감이다. 당선인은 그런 절차를 거쳐봐도 이번과 다른 결론이 나오기 어렵다고 판단했을지 모른다. 설사 그렇더라도 중대한 국가 시스템을 변경하면서, 더구나 국민 소통을 명분으로 내걸었다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모양새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