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말 인사 강행에 대해 “새 정부와 장기간 일해야 할 사람을 전 정권이 지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부동산 매매 계약에 비유하며 ‘집을 판 사람에게 아직 법률적 권한이 있다 해도 마음대로 집을 고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했는데, 수긍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 측은 “인사는 임기 말까지 대통령 몫”이라고 했다. 내일 그만둘 대통령이 앞으로 몇 년간 새 정부에서 일할 사람을 임명하겠다는 것은 횡포라고 할 수밖에 없다.
문 정권은 대선 직전에도 자기 편 ‘대못 박기’식 낙하산 인사를 대대적으로 진행해왔다. 한국원자력안전재단, 한국IPTV방송협회, 한국공항공사, 한국마사회,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농어촌공사 등에서 이사장, 협회장, 사장, 상임감사 등 요직을 꿰찼다. 국민의힘 집계에 따르면, 작년 12월부터 대선 전날까지 이 같은 ‘대못 박기’ 인사가 모두 59명이라고 한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정권 교체가 확정된 뒤 윤 당선인 측이 “향후 인사는 우리와 협의해달라”고 요청했는데도 문 대통령은 막무가내다. 문 대통령은 또 감사원 감사위원 2석에 대한 인사권도 행사할 것이라고 한다. 감사원에도 제 사람 ‘대못박기’를 하겠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교체되던 때엔 전혀 달랐다. 당시 청와대와 인수위 간 협의를 거쳐 대부분의 인사가 이뤄졌다. 특히 노 대통령 퇴임 2주 전 이뤄진 경찰청장 임명은 이 당선인 측이 결정한 것이라고 한다. 인수위의 임기 말 인사 자제 요청에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했다. 일부 논란이 없지는 않았지만 불가피한 인사는 인수위 측 의견을 따랐다고 한다.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문 대통령이었다.
그런데 현재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태도는 180도 다르다. 문 대통령이 윤석열 정부의 핵심 자리에 자기 사람을 2~3년씩 박아놓겠다는 것이다. 법적으로는 임기 마지막 날 자정까지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노 전 대통령도 이를 알았기 때문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면서도 ‘이명박 인수위’의 협조 요청에 응했던 것이다. 문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과 반대로 하기로 작심한 것이 아니라면 임기 말 처신을 일반의 상식에 따라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