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이 대선 후 19일 만인 오늘 저녁 첫 회동을 한다. 역대 대통령과 당선인의 만남 중 가장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지난 16일 예정됐던 만남은 인사 문제 등에 대한 입장 차로 회동 직전 결렬됐었다.
그동안 있었던 역대 대통령과 당선인 회동은 국정 현안과 인사 문제 등을 논의하는 협치의 자리였다. 1998년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당선인은 외환 위기 와중에서 5번의 주례 회동을 통해 노사정 합의와 재벌 구조 조정, 정리해고제 도입, 정부 조직 개편, 전직 대통령 사면에 합의했다. 2008년 노무현 대통령도 이명박 당선인과 인사 문제 등을 협의 처리했다. 서로 “당선자가 윗분” “선임자 우대”라며 깍듯이 예우했다.
그런데 이번엔 임기 말 알박기 인사와 집무실 용산 이전, 감사위원 지명 문제 등을 놓고 신구 권력이 충돌했다. 문 대통령은 자신도 공약했던 집무실 이전을 ‘안보 공백’을 이유로 반대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일해야 할 감사위원과 공공기관장 등을 자신이 임명하겠다고 고집부렸다. 결국 감사원이 “정권 이양기 감사위원 임명 제청은 부적절하다”고 해 없던 일이 됐다. 애초부터 문 대통령의 무리한 욕심이었다.
민주당은 윤 당선인을 향해 연일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대장동 특검은 시간만 끌며 막더니 윤 당선인을 겨냥한 특검 법안을 제출하며 칼을 겨눴다. 대선 후 두세 달은 협력하는 관행을 깨고 ‘허니문’ 없이 정쟁으로 폭주하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 수사권을 완전 박탈하는 법안을 문 대통령 임기 중 처리하겠다고 했다. 윤 당선인이 거부권을 행사 못 하도록 대못을 박겠다는 것이다. 검찰이 문 정권 비리를 못 건들게 하겠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경찰청이 인수위에 제출하는 업무 보고 자료를 자기들에게도 보내라고 했다. 정권 인수 비협조를 넘어 훼방 놓는 수준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코로나 폭증 등으로 경제와 민생이 복합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로 안보 위기도 심각하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경제·코로나·안보 등 시급한 현안부터 논의하며 협치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과 연금·건보 개혁 문제도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은 인사 문제로 더 이상 갈등을 키우지 말고 집무실 이전 문제 등에서 윤석열 정부가 순조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게 도리다. 윤 당선인도 점령군식 태도나 밀어붙이기보다는 상대를 예우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