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검찰총장이 17일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검찰 수사권 박탈(검수완박) 법안에 반발해 사표를 냈다. “국민 인권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형사법 체계는 최소 10년 이상 운영한 이후 제도 개혁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그의 임기는 내년 5월 말까지였다. 김 총장은 대선 직후 당선인 주변에서 ‘거취를 결정하라’는 말이 나왔을 때 “법과 원칙에 따라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겠다”며 사퇴를 거부했다. 그러나 검찰을 사실상 없애려는 민주당의 ‘입법 폭주’는 버티지 못하고 사퇴를 밝혔다.
작년 윤석열 검찰총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직접적인 계기도 검찰 수사권 박탈 문제였다. 당시 윤 총장이 권력을 겨냥한 수사를 하자 추미애 법무장관이 검찰 인사 학살과 무리한 징계로 윤 총장을 몰아내려 했다. 윤 총장이 계속 버티자 ‘검수완박’으로 검찰을 해체하겠다고 협박했다. 그러자 윤 총장은 “법치 말살, 민주주의 퇴보, 헌법 정신 파괴”라며 사표를 던졌고 문 대통령은 바로 수리했다. 문 정권에서 임명장을 받은 검찰총장이 두 명째 ‘검수완박’으로 옷을 벗게 되는 셈이다.
윤 총장이 물러나자마자 검찰 수사권 박탈 얘기는 없던 일이 돼 버렸다. 새로 임명된 박범계 법무장관은 “검사들은 크게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했다. 검찰 수사권 폐지가 안 되면 나라가 망하기라도 할 듯 법석을 떨더니 순식간에 입장을 바꿨다. 달라진 것이라곤 자기들 비위와 불법을 수사하던 검찰총장이 물러난 것뿐이었다. ‘검수완박’이 국민과 국익에 그토록 중요한 법안이라면 172석을 가지고 1년 넘게 뭘 했나. 이번 대선에서 승리해 검찰을 종전처럼 충견으로 부릴 수 있는 상황이라면 수사권 박탈이 아니라 강화 법안을 강행했을 사람들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당시 조국 민정수석은 “검찰이 잘하는 특수 수사에 한해 검찰의 직접 수사를 인정하자”고 했다. 검찰을 앞세워 전(前) 정부를 적폐로 몰았다. 그런데 검찰 칼끝이 자신들 비리로 향하자 ‘수사권 박탈’을 밀어붙이고 있다. 자신들의 불법을 덮는 데 동조했던 검찰총장의 ‘검수완박’ 반대도 무시하고 있다. 문 정권에서 벌어진 산업통상자원부의 블랙리스트 사건,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라임 옵티머스 사건, 대장동 비리 등에선 악취가 심해지고 있다. 검찰 수사권을 박탈한다고 해서 가려질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