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없애는 법안(‘검수완박’) 통과를 막무가내로 강행하자 국민의힘은 6·1 지방선거에서 이를 국민투표에 부치는 안을 꺼내들었다. 그러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국민투표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헌법재판소가 2014년 ‘재외국민의 경우 국내에 거소 신고가 돼 있어야 투표인명부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국민투표법 조항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국민투표를 진행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헌법 불합치 결정은 위헌과 달리 법을 고칠 때까지 효력을 유지하면서 입법부에 시간을 주는 일종의 유예 조치다. 헌재는 당시 “2015년 12월 31일까지 법안 개정을 하지 않을 경우 2016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상실한다”고 했다. 헌재가 문제 삼은 조항을 손보는 것은 전혀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 여야의 입장이 다른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헌재 결정 이후 8년 가까이 국회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국민투표의 목적과 방식을 일반 법률이 아닌 헌법으로 정해둔 것은 그만큼 중대한 국가 운영 절차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시스템이 국회의 태만에 의해 몇 년째 헌법 불합치 상태로 방치돼 왔다는 것이다. 국민투표법만이 아니다. 2019년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낙태죄 처벌법’을 비롯해 헌재로부터 위헌, 불합치 결정을 받고도 국회가 수수방관한 법률이 수십개에 이른다.
민주당은 5월 9일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검찰 수사권 박탈 관련 두 가지 법률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소속 의원을 위장 탈당시키고, 회기를 쪼개는 등 온갖 편법을 써가며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이 취임해서 거부권을 행사하기 전에 입법 절차를 마치기 위해 분, 초를 쪼개가며 군사작전 벌이듯 밀어붙이고 있다. 법조계에서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을 받는 법안 통과를 위해 이렇게 총력을 쏟으면서 정작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법률을 손보는 일은 몇 년씩 손 놓고 있는 것이다. 이런 국회가 왜 있어야 하느냐는 개탄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