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치안감 인사를 발표했다가 2시간 만에 새로 고쳐 발표하는 이례적인 일이 있었다. 치안감은 시도 경찰청장을 담당하는 직급으로 경찰의 최고위 간부다. 경찰청장의 추천, 행정안전부 장관의 제청, 대통령의 결재를 거쳐 임용한다. 그런데 대통령 결재가 나기 전에, 그것도 논의도 거치지 않은 경찰청장의 추천안이 발표되고 말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말이 안 되는 일이고 어떻게 보면 국기 문란일 수 있다”고 했다.
경찰이 장관과 대통령의 인사권을 무시한 것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경찰은 행안부의 치안정책관이 대통령실과 협의해 결재안을 만들라며 보내준 추천안을 최종안으로 오해하고 발표했다고 했다. 실수라는 것이다. 전국으로 이동하는 경찰 인사의 특성상 업무 공백을 줄이기 위해 최종 결재가 나기 전이라도 부처 협의가 끝나면 내정 인사를 발표하는 관례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경찰은 이번 일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문재인 정권 말기 무리한 법 개정으로 경찰은 조만간 대부분의 수사권을 독점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거대 권력 조직이 된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다고 한다. 그동안 경찰을 통제하던 청와대 민정수석실도 폐지됐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에 경찰 담당 조직을 신설하려 하자 경찰은 독립성과 중립성을 해친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무런 통제도 받지 않겠다는 건가. 이 와중에 대통령 결재도 없는 인사를 발표했으니 조직적 항명, 국기 문란이란 지적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인사 발표조차 엉터리로 하는 경찰에 독점적 수사권을 맡겨도 되느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검찰을 둘러싼 일들도 납득하기 힘들다. 윤 대통령은 아무 설명도 없이 검찰총장 자리를 비워둔 채 한동훈 법무부 장관 제청으로 검사 인사를 계속하고 있다. 이에 대한 비판에 윤 대통령은 “인사권은 장관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하는 것”이라며 “책임 장관으로 인사 권한을 대폭 부여했기 때문에 아마 우리 법무부 장관이 능력을 감안해 잘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금 문제는 한 장관의 인사권 확대가 아니다. 검사 인사 때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것은 법 규정이다. 대통령이 장관에게 인사권을 대폭 부여하더라도 이 법 규정은 지켜야 한다. ‘법 규정을 지켜야 한다’는 지적에 윤 대통령은 납득할 수 있는 답변을 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