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2022.5.3/뉴스1

6월 물가가 1년 전보다 6.0% 올랐다. 외환 위기 때인 1998년 11월의 6.8% 이후 23년 7개월 만의 최고치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석유류가 1년 새 39.6% 급등하고 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가공식품 가격이 7.9% 오른 여파가 가장 컸다. 일상생활에서 많이 소비하는 144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7.4%에 달한다. 외식비 상승률도 8%로, 30년 만에 가장 높았다. 개인 서비스 가격까지 전(全)방위로 올라 피부로 느끼는 체감 물가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게 끝이 아니다. 5월에 5%대, 6월에 6%대로 뛴 물가가 7월에는 전기·가스 요금 인상분까지 반영돼 7%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물가 압박으로 가계의 실질 구매력은 계속 쪼그라들고 있다. 조만간 금리 인상 쇼크도 더해질 것이다. 치솟는 물가에 대응하고 원화 가치를 방어하려면 금리를 더 빨리 올리는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가계 대출 1800조원의 이자 부담까지 겹쳐 서민 경제를 짓누르게 될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6%대’라는 수치가 갖는 심리적 상징성이다. 각 경제주체들이 물가의 급속 상승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일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에 불이 붙을 가능성이 우려된다. 기업이 제품 가격을, 식당이 음식 값을 올리고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등 경제주체들을 심리적으로 자극해 연쇄적인 물가 상승으로 파급되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또 다른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면 최악의 상황이다.

물가를 잡을 수 있는 특효약 같은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의 고물가는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 데 따른 수요 요인과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의 공급 측면 요인이 겹친 복합적 인플레이션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민생 현장을 챙기겠다”고 했지만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신속한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 수요를 줄여가면서 각 경제주체들의 고통 분담을 유도하고 가장 약한 고리인 취약 계층의 충격을 최우선으로 완화해 주는 정공법으로 대응하는 방법밖에 없다. 무엇보다 인플레 기대 심리를 자극해 연쇄적 물가 상승의 악순환이 벌어지는 최악의 상황부터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