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부근에서 임금 7% 인상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전국공무원노조가 임금 7.4%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물가 상승에 따른 생활고를 이유로 내세웠다. 24년 만의 6%대 물가 상승으로 실질 소득이 줄어 온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다. 하지만 매년 호봉 승급으로 급여가 자동 인상되고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는 공무원들 고통은 상대적으로 덜할 것이다. 공무원 월급 수준이 낮은 것도 아니다. 2018년 기준 공무원 평균 월급은 522만원으로, 전체 근로 소득자 평균 월급 297만원보다 1.8배 많다.

문재인 정부가 “정부가 최대 고용주”라면서 공무원 수를 5년간 13만명이나 늘린 결과 공무원 인건비가 국가 재정을 압박하고 있다. 문 정부의 공무원 증원은 이전 4개 정부가 20년 동안 늘린 9만여명 보다 훨씬 더 많다. 작년 공무원 인건비가 40조원을 넘어섰고, 퇴직 후 지급해야 할 연금 부채도 300조원 이상 불어났다. 공무원 인건비 지출을 구조 조정하지 않으면 연간 100조원을 넘어선 재정 적자를 줄이기 힘들다.

지금 한국 경제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중고(重苦)를 겪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자재값 급등, 양대 수출 시장인 미국·중국의 경기 냉각 등의 외부 요인까지 겹쳤다. 주력 성장 엔진인 수출의 동력이 떨어지면서 올 상반기 무역수지가 103억달러 적자를 기록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 16조원치를 순매도해 자금을 빼내가는 등 모든 부문에서 비상등이 켜져 복합 위기 양상이 뚜렷하다.

고물가로 서민 민생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정부는 마른 수건 쥐어짜듯 지출을 줄이고 재정 여력을 확보해 취약 계층을 도와야 한다. 정부부터 긴축하고 생산성을 높여야 할 시기에 정년과 급여 지급이 보장되는 공무원들이 높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외환 위기, 글로벌 금융 위기 때 임금 동결로 고통 분담에 앞장선 선배 공무원들의 상생 정신을 되새겨야 할 때다. 임금이 물가 상승을 자극하는 ‘임금발(發) 인플레이션’의 악순환을 차단하는 데 공공 부문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시중은행 노조 단체인 금융노조도 7.2%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공무원만큼 안정적이면서 고소득인 은행원들이 더 많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집단 이기심에 다름 아니다. 금리 급등으로 가계의 이자 부담이 급격히 증가해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이 되고 있는 만큼 은행원들도 연대 의식을 발휘해 채무 취약 계층을 도와야 할 때다. 각 경제 주체들이 집단 이기주의를 버려야 공멸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