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시제기가 첫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시험 비행은 앞으로 진행할 각종 성능 테스트의 첫 단추이지만 항공기 개발에서 중요한 관문이기도 하다. KF-21은 앞으로 고도, 속도, 기동 능력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시험비행을 계속하면서, 공대공·공대지 미사일 등 각종 무기체계 가동을 점검하게 된다. 2026년까지 모든 시험을 통과하면 양산에 들어간다. 한국이 세계 8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 국가가 되는 것이다.
국산 초음속 전투기 개발은 국방력 강화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국산 전투기 플랫폼을 갖게 되면 우리가 필요한 성능을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 연구·개발하고 항공기 성능을 개량할 수 있다. 우리 무기를 자유롭게 개발해 우리 전투기에 장착할 수 있게 된 것은 공군 전력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주요 부품과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식재산권, 기술소유권을 확보해 항공 방산 분야 기술 독립도 가능해진다.
전투기 개발 사업은 생산, 부가가치, 고용 유발 등 국가 경제 기여도 면에서도 주요 방산 사업이다. 수많은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유기적으로 통합시켜야 돼 전자제어, 컴퓨터, IT 등이 융합·개발된다. KF-21 사업에선 능동 전자 위상배열 레이더(AESA), 전자광학 표적 추적장치(EO TGP), 적외선 추적장치(IRST), 통합 전자전 체계(EW Suite) 등 85개 분야에서 장비 및 시스템 국산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만큼 산업 파급 효과도 크다. KF-21 개발 사업엔 200곳 이상 국내 업체가 참여하고 있고, 개발이 완료되면 생산유발 효과가 24조원, 기술적 파급 효과가 49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KF-21은 국산 고등 훈련기 T-50에 이어 방산 수출 주역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T-50과 이를 경공격기로 개량한 FA-50은 70여 대 수출돼 30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4.5세대 전투기 KF-21은 5세대 스텔스기에 비해 성능은 다소 떨어지지만 가격과 유지·보수 비용 면에서 가성비 좋은 전투기가 될 수 있다. 2026년 이후 25년간 KF-21을 300~600대 판매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KF-21 시험비행 성공은 지난달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성공 못지않은 한국 우주항공 산업의 중요한 성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