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노조의 파업이 끝나고 25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진수 작업이 재개됐지만 누적 적자가 7조8000억원에 이르는 대우조선의 경영 정상화는 여전히 요원하다. /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의 불법 파업이 51일 만에 종료돼 조업이 정상화됐지만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 22년간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는 동안 대우조선엔 사실상 국민 세금이 약 12조원 투입됐지만 부채 비율이 546%에 달할 만큼 만성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누적 순손실이 7조7000억원에 이르고 작년에도 1조7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조선 업체가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준공무원 조직으로 변질된 것이다. 조선업 불황이 끝나 일감이 많아졌다지만 흑자 전환과 독자 생존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대우조선은 22년간 국민 세금에 기대 존속하면서 노사 공히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부실 기업이 됐다. 정권에 코드를 맞춘 낙하산 경영진들은 수조 원대 부실을 감추려 분식 회계를 일삼았고, 노조는 벨기에 브뤼셀 EU본부에 찾아가 현대중공업과의 합병을 불허할 것을 요청하는 등 매각 작업을 방해해 왔다. 민주노총이 장악한 노조의 강경 투쟁이 언제 다시 재발할지 모른다.

수 년간 대우조선 매각 작업을 지휘하다 물러난 전 산업은행 회장은 “산은 자금으로 연명하는 대우조선이 국제 수주전에서 출혈 경쟁을 벌이는 것에 대해 다른 조선사들 원성이 자자하다”고 말했다. 독자 생존 능력을 잃은 부실 기업을 세금으로 연명시키는 것은 자유 시장 원리에 배치되는 일이다. 이번 하청노조 파업도 저가 수주 후 다단계 하청 구조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 전문가들은 세금으로 연명하는 대우조선이 적자 수주를 주도하고, 이것이 국내 조선업 전체의 출혈 경쟁을 낳아 산업계 전반의 부실을 유발하고 있다면서 조선업 전반의 구조 개혁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해법은 하루 빨리 새 주인을 찾아 썩은 부위를 도려내고 새 살을 돋게 하는 대수술을 하는 것뿐이다. 저가 수주를 유발하는 공급 과잉·중복 투자 문제를 풀게 조선업 전반의 산업 개편 청사진도 함께 그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대우조선의 잠수함 등 방산 부문과 LNG 운반선 등 민수(民需) 부문을 분리 매각하는 방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외국 정부의 독과점 시비를 피하기 위해 LNG 운반선 부문은 비(非)조선 국내 기업에 우선 매각하되, 여의치 않으면 미국, 유럽 등 우호국 기업에 매각하는 대안이 가능하다. 매각에 앞서 일본 정부가 만성 부실 기업 일본항공(JAL)에 외부 전문 경영인,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회장을 투입해 적자 노선 정리, 인력 감축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처럼 외부 전문 경영인을 투입해 조직 군살을 빼는 작업부터 진행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