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에 사는 인구가 1949년 인구 총조사를 시작한 이래 72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외국인을 포함해 한국 땅에 사는 사람의 합계인 총인구가 지난해 11월 기준 5173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9만1000명(0.2%) 줄었다. 매달 태어나는 신생아보다 사망자가 많은 인구 자연 감소가 2019년 11월부터 이어진 데 이어 코로나 여파로 국내 거주 외국인까지 줄었기 때문이다. ‘쪼그라드는 대한민국’이 본격화된 것이다.
우리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급속한 인구 절벽에 직면해있다. 고령화 속도는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빠른데 출산율은 세계에서 꼴찌를 달리고 있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1년 새 42만명 늘어난 반면 이들을 부양해야 하는 15~64세 생산 연령 인구는 34만명 감소했다. 우리는 지난 2018년 고령 인구가 14% 이상인 ‘고령 사회’에 접어들었는데, 그때부터 불과 7년 만인 2025년에 초고령 사회(고령 인구 20% 이상)에 진입하게 된다. 세계에서 이렇게 고령화가 빠른 나라는 없다. 일본조차 1994년 고령 사회에서 2005년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데 11년이 걸렸다.
고령화로 경제가 활기를 잃고 재정과 사회보장 비용이 늘어나는 등 역효과를 상쇄하려면 출산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출산율 제고 정책은 총체적 실패다.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저출산·고령 사회 기본 계획을 발표하고 저출산 대응 예산을 편성해 15년간 380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은 더 떨어졌다. 작년에 합계 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81명까지 내려갔다. 세계 최악이다.
이렇게 집값이 미친 듯이 오르고, 질 좋은 청년 일자리는 부족하며, 공교육 실패로 사교육비에 허리가 휘는데 젊은이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싶겠나. 이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아무리 예산을 쏟아도 저출산은 끝나지 않는다.
늙고 쪼그라드는 대한민국이 예상보다 빨리 닥쳐왔다. 양육 수당 몇 푼 더 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일자리와 주택, 교육, 아동 복지와 이민까지 모든 국가 정책을 출산·양육 친화적인 관점에서 재설계해 범국가적 총력전을 벌여야 한다. 이 거대하고도 급속한 ‘인구 지진’을 늦추지 못하면 나라에 미래가 없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