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출범 후 6개월 동안 법안을 77건 제출했지만 단 한 건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법안 처리를 전면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엔 윤 정부가 대표 정책으로 내세운 법인세·소득세·종합부동산세 인하 등 감세 법안 19건도 포함돼 있다.
민주당의 입법 봉쇄 탓에 감세 혜택을 기대했던 기업·가계가 ‘희망 고문’을 당하고 향후 세금 납부액도 예측하지 못해 혼란에 빠져 있다. 민주당은 지난 3월 대선 때는 종부세·재산세 완화를 위한 부동산 공시 가격 전면 재검토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더니, 이제 와선 ‘부자 감세’로 공격하며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을 덜어주는 세법 개정안을 좌절시켰다. 그 결과 집값이 급락했는데도 도리어 작년보다 27만명 많은 120만명이 종부세를 부과받게 됐다. 이것은 국정이 아니라 횡포다.
민주당은 정부가 처음으로 짠 내년 예산안 심의에서도 닥치는 대로 비토권을 행사하고 있다. 청와대 개방·활용 예산, 청와대 영빈관을 대신할 장소 예산, 행정안전부 경찰국 운영 예산, 검찰청 4대 범죄 수사 예산 등 정부의 공약이나 주요 정책 추진 사항과 관련한 예산은 대폭 또는 전액 삭감하고 있다.
여기에 무슨 원칙이 있는 것도 아니다. 내년부터 연 5000만원 이상의 주식·펀드 양도 차익에 세금을 매기는 금융투자소득세법은 주식 투자자들이 반발하자 입장을 뒤집을 움직임이다. 애초 정부가 증시 침체와 자금 해외 유출 등을 이유로 법 시행 시기를 2년 늦추는 개정안을 냈지만 민주당은 “상위 1%만 과세 대상”이라며 연기에 반대했다. ‘부자 감세’라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 반발이 커지자 이재명 대표가 하루아침에 당론을 ‘재검토’로 바꿨다. 민주당의 입법·예산 독주가 원칙, 기준에 따른 것이 아니라 순전히 표 계산에 따른 것임을 드러낸 것이다.
민주당은 포퓰리즘 법안은 무더기로 밀어붙이고 있다. 쌀이 남아도는데도 세금으로 의무 매입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 청년에게 매달 20만원 수당을 주는 법안, 건강보험 재정을 세금으로 무기한 지원하는 법안 등 5년간 1조원 이상 예산이 드는 법안만 무려 52건을 제출했다. 국채 이자 부담이 올해 19조원에서 2026년엔 30조원으로 불어날 전망인데 재정을 아끼기는커녕 더 펑펑 쓰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