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챗GPT /연합뉴스

미국 기업이 출시한 인공지능(AI) 챗봇 ‘챗GPT’가 큰 파장을 일으키면서 AI 혁명이 글로벌 경제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PC 시대를 열었던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AI가 PC나 인터넷만큼 중요하게 다뤄질 것”이라고 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챗GPT를 적용한 인터넷 검색 엔진을 공개하고, 이에 맞서 구글도 자체 개발한 AI 챗봇을 공개하는 등 거대 테크 기업들의 AI 전쟁도 가열되고 있다. 중국 최대 검색 업체 바이두, 한국의 네이버·카카오도 AI 챗봇을 곧 내놓겠다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증기기관이 산업혁명을 폭발시켰듯 AI 혁명이 인류 문명과 산업을 통째로 뒤흔드는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는 인식은 일찌감치 확산됐다. 지난 10여 년간 AI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해 IT, 의료, 제약, 식품, 화장품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세계적 화제를 모은 ‘챗GPT’는 AI가 모든 사람이 체감할 정도로 우리 일상에 파고들었음을 보여주었다. 과거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이 세상을 뒤흔들었던 것처럼 AI를 통한 대격변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AI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총력전을 펴는 주요국들은 전문 인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 MIT는 1조원 규모 기금을 조성해 AI 대학을 설립했고, 일본은 대학·대학원생 50만명에게 AI를 가르칠 계획을 추진해왔다. 중국도 ‘AI 인재 100만명 양성’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AI 전쟁은 결국 인재의 경쟁력에서 승패가 갈릴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도 AI를 차세대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지만 낡은 논리에 발목 잡혀 인재 경쟁에선 뒤처지고 있는 실정이다. 반도체 등 첨단 인력 양성을 위한 수도권 대학 증원은 또다시 지역 균형 논리에 밀려 법안에서 제외됐다. AI·빅데이터 분야 인재를 키우는 대학원에 지원자는 몰리는데 규제에 묶여 소수의 제한된 숫자만 뽑는 실정이다. 최근 각 대학에 AI 관련 신설 학과가 늘었지만 제대로 가르칠 교수, 시설, 기자재는 턱없이 부족하다.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섰던 대한민국이 미래의 기술·산업 패권을 좌우할 AI 혁명에선 낡은 규제에 묶여 뒤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