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연금개혁특위가 올 4월 연금개혁안을 발표하겠다고 한 입장을 번복했다.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문제는 다양한 견해가 있고 연금특위나 민간자문위에서 쉽게 합의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며 “정부가 10월에 국민연금 종합 운영 계획을 내면 국회가 받아서 최종 결정할 사안”이라고 했다. 보험료율(소득 대비 보험료 비율) 조정이 가장 중요한 과제였는데, 국회가 개혁을 하는 척 시늉을 내더니 돌연 정부에 떠넘겨버린 것이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위는 지난달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기금 소진 시점이 5년 전 추계보다 2년 앞당겨진 2055년, 기금 지출이 수입을 웃도는 적자 발생 시점도 1년 더 당겨지는 2041년으로 예측했다. 이런 진단을 받고도 보험료율 조정을 서두르기는커녕 오히려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대며 정부에 책임을 떠넘기는데 할 말을 잊는다.
우리의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소득의 9%로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1998년 9%로 올린 이후 25년째 그대로다. 그 결과 국민연금은 응급조치와 함께 근본적인 치료가 필요한 중병 환자와 같다. 적자 발생 시점(2041년)이 먼 미래의 일 같지만 불과 18년밖에 남지 않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보험료율 조정은 뒤로 미루고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공적연금 전반에 대한 구조 개혁부터 추진하겠다고 하는 것은 연금 개혁에서 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병원에서도 중병 환자가 들어오면 우선 응급조치를 한 다음 구체적인 진단과 치료를 하는 것이 순서다. 국회는 우선 빠른 시일 내에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소폭이나마 올리는 응급조치를 한 다음 구조 개혁 같은 논의를 하는 것이 순리다. 정부도 뒷짐만 지고 있지 말고 이를 위해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야한다. 예를 들어 당장 올해부터 4년 동안 매년 보험료율을 0.5%씩 인상해 현 정부 임기 내에 11%로 올리는 것이다. 보험료율을 2%만 올려도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점을 2055년에서 2060년으로 5년 늦출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진단이다. 어차피 국민연금 보험요율을 올리는 것은 불가피하고 12%까지 올리든, 15%까지 올리든 단계적으로 올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응급조치마저도 하지 않으면 애초부터 연금개혁을 할 생각도 없으면서 국민을 속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