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정성호 의원이 작년 12월과 올 1월 대장동 비리 사건으로 구속된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구치소로 찾아가 “마음 흔들리지 마라”고 했다고 한다. 정 의원은 또 “검찰은 직접 증거가 없다. 다른 알리바이를 생각해 보라” “이대로 가면 (다음 대선에서) 이재명이 대통령 된다”고도 했다. 이 같은 대화 내용은 당시 특별 면회에 입회한 교도관이 작성한 접견록에 담겼다.

정 의원은 ‘이재명계의 좌장’으로 불리는 중진이다.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거액의 뇌물과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이 대표의 최측근들을 교도소로 찾아가 만난 것 자체가 오해를 살 일이다. 더구나 이들에게 흔들리지 말라며 회유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 당시는 대장동과 성남FC 관련 검찰 수사에서 새로운 사실과 진술이 잇따라 나오고 이 대표 소환 조사도 시작된 시점이었다. 정진상과 김용 두 사람이 이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까 봐 입단속을 한 것 아닌가.

지난해 대선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정성호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양주를 방문해 함께 유세하고 있다. 정 의원은 작년 12월과 올 1월 대장동 비리 사건으로 구속된 이 대표의 최측근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구치소로 면회 가 회유 논란에 휩싸였다. /뉴스1

정 의원과 정진상씨 측은 “재판 잘 준비하라는 격려의 취지였다” “단지 위로를 받았을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알리바이를 만들라’ ‘흔들리지 마라’ ‘다음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을 단순한 격려와 위로로 해석할 사람은 많지 않다. 정 전 실장 등이 받은 돈이 이 대표 쪽으로 들어가 경선 자금 등으로 쓰였는지 이 대표가 이를 보고받고 알고 있었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다. 이미 ‘428억원은 이 대표 쪽 몫’이란 진술까지 나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 측에서 나온 ‘흔들리지 말라’는 말의 뜻이 무엇이겠나.

이 대표 최측근들과 대장동 개발업자 김만배씨는 그동안 사건 관련자들을 수시로 회유하고 입막음해 왔다. 정진상씨는 검찰 압수 수색 직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증거 인멸을 위해 휴대전화를 던져 버리라고 지시했다. “우리는 모르는 척하고 개인 비리로 몰아갈 것”이라고도 말했다고 한다. 김용씨는 유동규씨에게 “태백산맥으로 가서 열흘 정도 숨어 지내라” “쓰레기라도 먹고 배탈 나서 병원에 입원하라”고 했다. 사건 조작에 증거 인멸, 도주 종용까지 한 것이다. 유씨는 실제로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졌고 병원 입원을 시도했다.

김만배씨는 남욱 변호사가 이 대표에게 불리한 언론 인터뷰를 하자 “이재명과 한배를 탔는데 그러면 어떡하느냐”고 회유했다. 그래서 남 변호사가 “이 대표는 관계없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이제는 유동규씨 입막음을 했던 정진상, 김용 두 사람이 되레 회유 대상이 된 듯하다. 이들에게 ‘흔들리지 말라’는 것은 결국 무엇을 지키라는 것인가. 모두 밝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