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노총은 지난 14일 부당한 노조운영 개입 즉각 중단, 저임금·장시간노동 강요하는 노동개악 중단, 노란봉투법 개정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산하 노조에 회계 장부 제출을 거부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뉴스1

고용노동부가 노동조합법 규정에 따라 조합원 1000명 이상 대형 노조 327곳에 대해 회계 장부를 비치하고 있는지를 증빙하는 자료를 내라고 요구했지만 63%(207곳)가 거부했다. 한국노총·민노총이 “노조에 대한 공격”이라면서 산하 노조에 거부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327곳 중 민노총 산하 75%, 한국노총 산하 61%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현행 노동조합법은 노조가 재정 장부를 비치해(제14조) 회계 결산을 공표하고(제26조) 행정 관청에 보고하는 것(제27조)을 의무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수 조합원에게 조합비를 걷고 정부·지자체로부터 매년 수십억원대 보조금까지 받는 노조의 회계 투명성은 조합원과 국민에 대한 의무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형 노조들은 이 당연한 법적 의무조차 이행하지 않겠다며 저항하고 있다. 회계 결산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외부 감사인들의 감사도 받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양대 노총의 과도한 반응은 뭔가 켕기는 구석이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국토교통부가 건설 현장의 불법 피해 사례를 조사한 결과 118개 건설업체가 타워 크레인 월례비, 노조 전임비 등을 강요받았고 피해액이 3년간 1686억원에 달했다고 신고했다. 이렇게 뜯긴 돈 중 얼마가 노조로 흘러갔는지, 그 돈은 어떻게 쓰였는 지 알 길이 없다. 한국노총 산하 건설산업노조 위원장이 조합비 1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4년형을 받은 일까지 있다. 한 여론 조사에서 응답자의 95%가 “노조의 재정·회계는 투명하게 운영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작년 말 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는 조합비 수억원을 민노총에 냈는데 어디에 쓰이는지 모른다면서 회비 사용 내역 공개를 요구하기도 했다. 미국·영국 등에선 노조의 수입·지출 내역, 자산내역 등 회계 결산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고, 자격을 갖춘 외부 감사인의 정기 감사를 받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노조의 회계 투명화는 우리 사회가 반드시 이뤄내야 할 노동개혁의 첫 출발점이다. 노조들도 회사와의 단체협상에서 사측에 회계 결산 정보를 요구하고 샅샅이 점검한다. 그러면서도 자기 살림살이 내역은 감추고 외부 노출을 꺼리는 행태를 어떻게 납득할 수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