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고금리 고통 분담을 위한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대출금리 급등에 따른 중소기업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은행권에 대출 금리 인하를 촉구하고 있다./연합뉴스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 등 중소기업 단체 16곳이 은행에 고통 분담을 촉구하며 “대출 금리를 내려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코로나 사태 탓에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이 3년 새 40%(566조원)나 늘어 작년 말 1969조원으로 불었다고 밝혔다. 이들이 회원사 300곳을 조사한 결과 작년 한 해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부담하는 평균 대출 금리가 연 2.93%에서 5.65%로 2.72%포인트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폭 2.25%포인트보다 대출 금리를 더 많이 올렸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권은 사상 최대 이익을 내고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 5대 은행이 벌어들인 이자 수익은 지난해 50조원에 달해 1년 전보다 8조원 이상 늘었다. 대출 금리는 시장금리에 연동해 재빨리 올리고, 예금 금리는 마케팅 전략 등을 고려한다면서 천천히 올렸기 때문이다. 작년 1~10월 은행들의 평균 예금 금리가 1.09%포인트 오른 반면 평균 대출 금리는 1.34%포인트나 올랐다. 그 결과 은행 예금·대출 금리 차가 작년 3분기엔 2.46%포인트로 높아져, 8년 만의 최대 폭을 기록했다.

은행들은 이렇게 얻은 이익으로 평균 연봉 1억원이 넘는 임직원들에게 성과급 1조 4000억원을 뿌리고 조기 퇴직자에겐 1인당 6억~7억원의 퇴직금을 얹어 주었다. 은행들은 돈 잔치에 대한 비판 여론이 잇따르자 금융 취약 계층 지원에 3년간 7800억원을 쓰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원하는 대출 금리 인하에는 응답하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빚더미에 빠지면 경제에 충격을 주고 은행 경영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은행들은 올 9월까지 상환이 유예된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자영업자 57만명의 대출금 141조원에 대한 이자를 감면해주는 등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조치부터 취할 필요가 있다. 금융 당국은 금리 상승기에 은행들이 예대 금리차 확대를 통한 꼼수 돈벌이를 못 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은행 간 금리 담합을 철저히 조사해 제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