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응급 환자를 봐줄 병원을 찾기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아가도 ‘야간 소아 진료 없다’는 안내문 붙여 놓은 곳이 많다. 아이가 구슬을 삼켰는데 소아 내시경으로 구슬 꺼내줄 병원이 없어 충청도에서 서울로 올라와야 한다. 소아 환자가 전라도에서 구급차 타고 서울까지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 수도권도 마찬가지다. 인천의 가천대 길병원은 지난 연말 의사 부족으로 어린이 입원 진료를 잠정 중단했다. 일요일이었던 이달 5일 오전 11시에 서울 구로구 소아 전문병원에선 외래 대기 번호표가 300번까지 나가 있었다.
소아과 진료 붕괴 사태가 최근 수년 극심해졌다. 2012년 48만명이던 한 해 출생아 숫자가 2022년 25만명으로 급감한 탓이 크다. 의대에서 소아과는 ‘미래가 없는 전공’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전공의 지원자가 급감했다. 대학병원의 소아과 전공의 지원율은 2019년만 해도 모집 인원 대비 60%대였는데 올해는 20%대로 떨어졌다. 진료 강도는 높고, 부모들의 항의가 심한 데다, 자칫하면 소송 걸리고, 경제 보상은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기존 소아과 가운데 최근 5년 사이 소아과 간판을 떼고 피부·성형 등 미용 진료로 옮겨간 곳이 600곳을 넘는다고 한다.
정부가 22일 소아과 진료 사각지대 해소 대책을 내놨다. 소아 전문 응급의료센터를 늘리고, ‘24시간 소아 전문 상담센터’를 시범 운영한다는 것이다. 어린이 공공 전문 진료 센터도 추가 지정하고, 종합병원들이 소아과 전담 전문의를 의무 배치하도록 한다는 것 등이다. 이런 대책들도 필요하다. 그와 함께 우선 급한 소아 응급 의료 공백을 메꿀 대책이 필요하다.
소아과 전문의면서 소아 진료를 포기한 의사들 중 소아 응급 진료 수가를 높이고 근무 여건을 개선하면 소아 진료로 복귀할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들 중 일부라도 소아 응급 진료 센터로 투입해야 한다. 지역별 소아과 전문의 네트워크를 구성해 야간에도 어지간한 진료는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코로나로 한시적으로 허용돼 있는 비대면 진료도 소아과 경우는 더 활성화시켜야 한다. 이와 함께 중·장기적 대책으로 의사 정원 확충, 진료 수가 조정, 진료 기관 확대 등을 정부가 의사 단체들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