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의 조직실장·사회연대위원장을 지냈던 한석호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이 정부 주도 상생임금위원회에 참여하면서 “민노총이 죽으라고 던지는 돌멩이는 맞겠다”고 했다. 한 총장은 고용노동부가 이달 초 노동시장 이중 구조 개선을 위해 발족시킨 상생(相生)임금위원회에 13명 전문가 위원 중 한 명으로 참여했으나, 민노총은 그의 사퇴 또는 전태일재단에서의 축출을 요구해왔다.
중소기업 비정규직 임금은 대기업 정규직의 45% 정도다. 비슷한 일을 하는데 임금·근로조건은 턱없이 차이 난다. 이런 노동시장 이중(二重) 구조와 불공정 해소는 최급선무 노동개혁 과제다. 하지만 민노총은 상생임금위원회가 임금을 하향 평준화하려는 반(反)노동 기구이며 정부 노동 개악(改惡)에 명분만 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상생 개혁의 핵심은 경력 노동자에게 더 많은 임금을 주는 연공형 임금 체계를 바꿔 일과 성과에 따라 주는 직무급·직능급으로 이행해 가는 데 있다. 현재 300인 이상 대기업의 62.3%가, 노조가 있는 기업의 69.4%가 호봉급을 채택하고 있다. 연공형 임금을 직무급·직능급으로 바꾸면 기업은 더 많은 젊은 인력을 채용할 수 있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은 중·고령 직원들을 고임금 부담 때문에 희망퇴직·명예퇴직 등 방법으로 일찍 퇴직시키고 있다. 또 기업은 강성 노조의 보호를 받는 정규직에게 고임금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비용을 하청 협력사와 소비자에게 전가해왔다. 직원 300인 이상 대기업의 노조 조직률은 51.5%인 반면, 30인 미만 사업장은 0.2%밖에 안 된다.
한석호 사무총장은 “근로기준법 보호를 받지 못하는 영세 기업 1500만명 노동자 다수는 연 2만달러(약 2600만원)가 안 되는 임금·소득으로 살아가고 있다”면서 “지불 능력과 근로기준법 바깥에 있는 (영세 기업의 저임금) 노동자들의 손을 잡고 싶다는 열망 때문에 위원회에 참여했고 그것이 전태일 열사가 했던 일”이라고 했다. 민노총이 한 총장의 위원회 참여를 방해하는 것은 중소기업 비정규직 임금을 올릴 경우 민노총 주력 세력인 대기업 정규직 조합원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신세대 MZ 노조가 민노총의 반미·반정부 정치 투쟁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 “한반도에 평화적 분위기가 확장돼 군비를 감축하면 남는 재원을 복지, 노동자 예산으로 쓸 수 있다”는 황당한 말을 했다. 이런 의식 구조의 사람이 민노총 지도부에 있는 한 민노총은 힘없는 영세 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우군(友軍)은커녕, 자기 특권을 지키는 노노(勞勞) 착취 세력일 뿐이다. 노동 개혁을 위해서 민노총 개혁보다 시급한 과제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