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자녀의 학교 폭력 문제가 드러난 정순신 변호사의 국가수사본부장 발령을 취소했다. 임명 발표 이튿날 이를 없던 일로 한 것이다.
정 변호사 아들은 2017년 유명 자사고에 다니며 기숙사 같은 방 동급생에게 8개월간 언어 폭력을 가했다고 한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학교 폭력이 명백하다며 강제 전학 처분을 내렸지만, 정 변호사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소송을 계속했다. 정 변호사 아들은 대법원이 학폭을 인정할 때까지 학교를 계속 다닌 반면, 피해 학생은 정신적 고통으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등 학교생활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했다고 한다. 폭력을 저지른 자녀를 대신해 사과하기는커녕 문제를 법정으로 끌고 가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범죄 수사를 책임질 사람이 자기 주변의 잘못은 감싸고 범죄 피해자 보호에는 소홀하다면 자격 미달이다.
정 변호사의 자녀 학폭 문제는 인사 검증 과정에서 걸러졌어야 한다. 대통령실은 정 변호사가 이 문제를 사전에 알리지 않았고, 자녀 학교생활기록부 등은 인사 검증 자료가 아니어서 사전에 거르지 못했다며 “검증에 한계가 있었음을 인정한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 사건은 언론에도 보도됐다. 조금만 신경 써서 살폈다면 걸러낼 수도 있었고 당연히 그랬어야 한다.
그에 앞서 검사 출신인 정 변호사를 전국의 수사 경찰 3만명을 총지휘하는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하려 한 것이 적절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현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주요 보직에 검찰 출신이 너무 많다거나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이 있는 사람을 중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일부 검사 출신은 경력과 아무 상관없는 곳에 임명돼 사람들을 의아하게 만들기도 했다. 정 본부장은 윤 대통령과 대검·서울중앙지검에서 함께 일했다. 한동훈 법무장관과 사법연수원 동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 일도 가까운 검사 출신을 쓰려다 보니 검증에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이번 사태에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대목은 인선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빠른 시간 내에 거둬들였다는 점이다. 그간의 윤 대통령 인사 스타일로 보면 이례적이고 발 빠른 조치다. 성난 민심을 몰라라 하고 버텼다면 더 큰 화를 자초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