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낙마와 관련해 검증 실패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법무부가 인사 검증의 구체적 절차와 내용 공개를 거부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법사위 소속 의원이 지난해부터 인사 검증 절차와 내용, 대상 등을 묻는 공문을 수십 차례 보냈지만 법무부는 ‘인사정보관리단이 검증한 뒤 장관에 보고하고 대통령실에 송부한다’는 형식적 답변을 빼고는 모두 ‘답변 불가’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법무부는 비공개 이유로 “검증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 우려” ‘업무 노하우 유출 우려’ 등을 들었다. 작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성희롱 논란으로 사퇴한 것에 대해 사전 인지하고 대통령실에 전달했는지 묻는 질의엔 아무 답변도 하지 않았다. 이번 국수본부장 검증 과정에 대해서도 법무부는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법무부는 작년 5월 인사정보관리단 출범 때 “정치 권력의 비밀 업무였던 인사 검증이 감시받는 통상 업무로 전환된 것”이라고 했다. 한동훈 법무장관은 “이제는 (인사 검증에 대해) 국회와 언론에서 질문하고 감사원 감사 대상도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정작 국회와 언론이 묻자 함구하며 비밀주의로 일관하고 있다. 이렇게 검증 절차와 내용이 불투명하니 인사 실패가 드러나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바뀌지도 않는 것이다.
여당에서도 “인사 검증에 큰 구멍이 드러난 만큼 책임질 사람엔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온통 검찰 출신으로만 짜인 인사 라인부터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검증 시스템의 문제라며 인사 라인 개편엔 선을 긋고 있다. 한 장관은 “정무적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책임지겠다는 건 아니라고 했다.
대통령실과 법무부는 인사 검증 개선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인사 검증 절차를 투명하게 밝혀야 잘못을 고칠 수 있다. 책임질 사람엔 책임을 묻고 검찰 일색의 인사 라인도 개편해야 한다. 막연히 시스템 문제라고 하면 인사 실패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힘들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검증 작업을 하고 있고 무엇이 부족했는지부터 법무부가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