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자립도가 10%에 불과한 전북 김제시가 지난 추석 때 코로나 지원금 명목으로 시민 전원에게 1인당 100만원씩 총 810억원을 지급한 사례가 본지에 보도됐다. 김제시가 한 해 자체 세수 869억원에 맞먹는 돈을 뿌릴 수 있었던 것은 중앙정부에서 받은 교부금이 3900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현행법은 국세의 19%를 무조건 지자체로 내려보내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지난해 지자체들이 받은 지방 교부금 총액은 77조원에 달했다. 재정이 취약한 지자체 살림을 돕기 위한 지방 교부금이 지자체장들의 선거용 매표(買票) 수단으로 낭비되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말 지자체의 신규 복지 사업에 대해 중앙정부가 제동 걸 수 있는 근거 조항을 없애면서 지자체의 현금 뿌리기에 날개 달아 준 격이 됐다. 이후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각 지자체에서 재난 지원금 명목의 현금 살포가 경쟁적으로 펼쳐졌다. 어르신 수당, 육아 수당, 청년 수당, 해녀 수당 등 지자체들이 시행 중인 현금 복지 종류가 2000가지에 이른다. 이 중에는 정부 복지 사업과 겹치는 것도 많다. 중복 복지 사업에 허비된 세금이 한 해 20조원이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2019년 몇몇 자치단체장이 모여 무분별한 현금 복지 경쟁을 그만하자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지만, 지방선거를 거치며 흐지부지됐다. 2020년 민주당 소속 한 군수는 노인 목욕비와 이·미용비를 지원한다면서 70세 이상 2만여 명에게 6만원짜리 쿠폰을 나눠주는데 10억원을 썼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선 초등학생에게 월 2만원씩 어린이 용돈을 주겠다는 후보까지 등장했다.
국가 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선 와중에도 빚더미 중앙정부에 매년 수십 조원을 받아가는 지자체들이 세금을 펑펑 쓰면서 나랏빚 부담을 더욱 늘리고 있다. 지자체에 국세의 19%를 주도록 한 지방 교부금 규정은 지방 재정이 궁핍했던 1962년 제정됐다. 이 규정을 고치자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지만 여야 의원들은 지역구 예산 확보에만 매달려 세금 낭비를 방치해왔다. 국회는 60여 년 된 낡은 법 규정을 고쳐 지자체들의 현금 살포 경쟁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