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 경상수지가 45억 달러 적자를 내 월별 적자액으로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반도체 불황 등에 따른 수출 부진으로 상품수지가 74억달러의 거액 적자를 낸 데다 코로나 때 묶였던 해외 여행이 급증하면서 여행수지 적자가 1년 전의 3배인 14억9000만달러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나마 기업 해외 법인 송금 등 소득수지가 63억 달러 흑자여서 전체 적자가 이 정도에 그쳤다.
경상수지의 거액 적자는 한국 경제의 대외 건전성에 탈이 났다는 신호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모두 경상수지 적자와 함께 찾아왔다. 들어오는 달러보다 나가는 달러가 더 많은 경상수지 적자가 고착되면 대외 신인도가 떨어지고, 원화 가치가 하락하며,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1997년과 2008년 위기 때를 제외하면 줄곧 흑자 기조를 이어온 경상수지에 비상등이 커진 것은 좋지 않은 징조다.
지난해 경상수지는 8월·11월에 적자를 냈지만 연간으로는 298억달러 흑자였다. 정부는 올해 전체로는 작년 정도 흑자를 예상하지만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작년엔 에너지 수입 가격이 치솟은 것이 경상수지 방어에 부담을 주었지만 올 1월의 큰 폭 적자는 반도체 부진에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 만성적인 여행 수지 적자 등 우리 내부 요인에서 비롯됐다. 추세가 당장 바뀌기도 힘든 요인들이다. 고물가에 경기 침체가 본격화된 상황에서 대외 부문까지 흔들리면 경제 전체가 취약해질 수 있다.
물가 관리와 경기 부양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정부로선 경상수지 방어라는 또 하나의 어려운 과제를 짊어지게 된 셈이다. 수출 친화 정책과 함께 해외 여행객 유치를 위한 적극적인 관광 진흥 정책이 필요하다. 국민에게도 실상을 솔직히 알려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국내 여행을 권장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