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한 이후 사교육 개혁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교육부 수능 담당 국장과 수능을 주관하는 교육평가원장이 사임했다. 교육부 장관은 “학원만 배 불리는 상황에 대책을 내놓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수능의 이른바 ‘킬러(초고난도) 문항’을 언급하며 “약자인 우리 아이들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런 사교육 해소 논의에 학원들의 이른바 일타 강사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유명 사회문화 강사는 “교육은 백년대계인데 대통령의 즉흥 발언으로 모두가 멘붕 상태”라고 했다. 국어 영역 강사는 “더 좋은 대안이 없다면 섣부른 개입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 원인”이라면서 아주 화가 났다는 뜻의 ‘극대노’ 해시태그를 붙였다. 수학 강사는 “애들만 불쌍하다”고 했다. 이들은 학원 연봉만 100억원이 넘는 사람들로 알려져 있다. 스스로 2017년 “소득세가 130억원”이라고 밝힌 사람도 있다. 다른 강사들도 SNS와 유튜브 등에서 수입차와 고급 주택을 과시하곤 해왔다. 이들은 입시 지옥에서 고통 받는 학생, 부모들을 대상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이다. 입시 지옥이 이들의 시장(市場)인 셈이다. 이들의 반발은 사교육 지옥을 해소해보자는 논의에 대해 ‘그게 될 것 같으냐’는 비아냥으로 들린다.
작년에 한국 부모들이 사교육에 지출한 돈은 26조원이나 됐다. 실제로는 더 많을 것이다. 사교육은 부모 허리를 휘게 만들고, 젊은이들이 자녀 갖기도 두렵게 만들고 있다. 사교육비를 대는 부모 능력이 자식들의 입시 경쟁력을 결정하는 상황이다. 일타 강사라는 말이 한국 말고 어디에 또 있나.
사교육 문제는 단순히 학교 교육, 또는 입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여러 결함이 얽혀 있는 깊은 병증(病症)의 하나다. 사교육 지옥에서 큰돈을 버는 사람들이 마음의 부담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그 한 증상일 것이다. 역대 정권이 사교육 문제를 풀어보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하나를 해결하려 하면 다른 곳에서 부작용이 나온다. 정부도 사교육에 대해 깊은 논의를 거쳐 문제에 접근하고, 말 하나에도 조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