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개고기 식용 금지’ 법안에 사실상 합의한 것과 같다고 한다. ‘개 연정(聯政)’이 이뤄졌다는 말까지 나온다. 개를 키우는 사람들 표를 얻는데 여야가 있을 리 없다. 그런데 국가적으로 너무나 시급하고 중대한 노동 개혁, 연금 개혁, 공공 개혁, 규제 개혁, 교육 개혁은 사사건건 싸우며 반대를 위한 반대로 대립하는 여야가 이렇게 의기투합하는 모습을 보니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그동안 여야가 한목소리를 낸 것이 ‘개 연정’ 외에 몇 번 더 있었다. 국회의원 세비와 국회 예산 등 자신들 밥그릇 챙길 때였다. 아무리 여론이 국회를 비판해도 이들은 철면피가 된 듯 매년 자신들 처우를 높여가고 있다. 여기엔 여야가 없다. 또 한번은 의원들 지역구 민원과 퍼주기 예산을 편성할 때였다. 해마다 연말에 예산을 처리할 때 겉으로는 싸우지만 뒤에선 여야가 지역 예산 사이좋게 나눠 먹기에 여념이 없다.
‘개 식용 금지법’ 처리도 좋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고 더 많은 국민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국정 현안에도 ‘개 연정’의 절반만이라도 타협 정신을 발휘했으면 한다. 세계 경제 블록화, 중국 경제 침체, 북·러 무기 거래 등 어려운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이를 돌파하는 방법은 우리가 스스로 개혁해 체질을 건강하게 하는 것뿐이다. 여야가 국가 핵심 개혁 과제를 좀 더 허심탄회하게 논의해 성과를 만들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