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헌법에 ‘핵무기 발전의 고도화’를 명시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핵 선제 사용’을 법제화한 지 1년 만에 최고 상위법인 헌법에까지 핵 협박 카드를 반영했다. ‘핵의 제도화’를 통해 위협 수위를 더욱 고조시킨 것이다. 김정은은 최고인민회의에서 “핵 타격 수단의 다종화(多種化)와 실전 배치”를 강력히 실행하라고 지시했다. 위성 발사를 담당하는 우주개발국을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으로 격상시키기도 했다.
이번 조치는 북한 핵 문제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북한은 올 초 총알처럼 핵탄두를 갈아 끼우는 전술핵 세트를 공개한 데 이어 전술핵 잠수함도 선보였다. 조만간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실험도 완벽하게 성공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 국방부는 며칠 전 발간한 ‘2023 WMD 대응 전략’ 보고서에서 북한이 “물리적 충돌의 어느 단계에서든 핵을 사용할 수 있는 선택지”를 확보했다고 명시했다. 전쟁 초기 단계부터 핵을 쓸 가능성이 있음을 이례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북한의 핵 무력 헌법화와 속전속결식 핵 개발은 협상으로 비핵화를 이룰 수 있다며 김씨 일가에게 시간을 벌어준 세력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는 계기가 돼야 한다. 북한이 처음부터 비핵화 뜻이 없었고 김일성의 ‘핵보유국’ 유훈을 따르기 위해 화전(和戰) 양면 전술을 펼쳐왔을 뿐이란 사실이 명백해졌다. 북이 비핵화 가면을 완전히 벗어던진 이상 우리도 비상할 정도의 경각심을 갖고 북한을 대해야 한다. 김정은의 핵 일변도 전략이 오판임을 분명히 깨닫게 해야 한다.
북한의 망동(妄動)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3국의 강력한 대응과 함께 북이 견디기 힘들 정도의 국제사회 압박을 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2006년 이후 10차례 이상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에 찬성한 것을 근거로 중·러가 추가 제재에 나서도록 압박해야 한다. 올해 창설된 한미 핵협의그룹(NCG)의 치밀한 가동을 통해 핵우산이 확고하게 작동하도록 하고 “핵 사용 시 북한 정권은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는 경고가 허언이 아님을 분명히 인식시켜야 한다.
레드 라인(위험선)을 넘은 북한의 핵 위협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규정한 ‘비상사태’에 해당한다. NPT는 회원국이 핵으로 위협받는 비상사태에서 생존을 위한 방어권을 인정하고 있다. 유사시 우리도 NPT 규정에 따라 NPT를 탈퇴, 북핵 위협에 맞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는 ‘플랜 B’ 검토에 착수해야 한다. 깡패 국가의 핵 위협에는 비상한 조치로 맞설 수밖에 없다는 냉엄한 현실을 정부와 정치권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