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발족 한 달 넘게 성과 없이 표류하고 있다. 당 지도부와 친윤, 중진 의원들에게 불출마와 험지 출마 등 희생을 요구했지만 호응은 없고 연일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 간 힘겨루기와 감정싸움만 표출되고 있다.
인 위원장은 “총선 출마를 포기할 테니 나를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추천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혁신위 활동이 공관위원장 되기 위한 건 아니다”라며 거부했다. 혁신위 주장을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으니 답답한 마음에 그렇다면 공천 관리를 맡겨달라고 요청한 심리는 이해할 측면이 있다. 하지만 혁신위원장이 공관위원장을 자청하는 것은 과했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김 대표가 즉각 면박하듯 거부한 것도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 혁신위가 내세운 쇄신과 희생은 사라지고 공천권 갈등만 부각되고 있다.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 후 윤석열 대통령은 낮은 자세로 국민과 소통하겠다고 했고 김 대표는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혁신위가 내놓은 인적 쇄신안과 이준석 전 대표 등에 대한 징계 철회, 국회의원 특권 폐지, 전략 공천 배제 방안 중 지도부가 수용한 것은 징계 철회뿐이다.
가장 핵심인 지도부와 친윤·중진의 희생은 대상자 대부분이 거부했다. 김 대표부터 “당대표 처신은 당대표가 알아서 할 것”이라고 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하태경·태영호 의원 등 일부가 험지 출마 의사를 비쳤지만 중진과 친윤 핵심부는 요지부동이다. 일부 친윤 인사는 지역구 행사에 당원 수천 명과 관광버스를 동원해 세를 과시했다. 김 대표는 자기와 가까운 영남 의원을 최고위원에 앉혀 비대위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 친윤 의원들은 이런 김 대표를 지지하며 박수를 보냈다. 말로는 윤 정권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면서, 공천권을 쥐고 기득권을 지키려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인 위원장은 이준석 전 대표를 향해 “도덕이 없다. 부모 잘못이 크다”고 했다가 사과했다. 잇따른 구설에 혁신위 무용론과 조기 해체론이 제기된다. 여당의 변화를 기대한 국민은 실망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