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국민의힘 최고위원 회의는 아무 논란 없이 조용하게 끝났다. 흔한 의견 충돌이나 큰 소리 한 번 없었다. 참석자들은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 비판만 했다. 지도부·친윤·중진들이 험지 출마하거나 불출마하라는 혁신위의 최후통첩에 대해 아무도 언급하지 않았다. 국회의원 특권 폐지와 전략공천 배제 등 혁신위 제안은 정식 안건에도 올라가지 못했다.
이날 회의장 중앙엔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김석기 최고위원이 자리했다. 세 사람 모두 60대에 영남 출신이다. 둘은 경찰 출신이다. 이전엔 40대 수도권 출신인 김병민 최고위원이 김 대표 옆에 앉았다. 그는 혁신위 요구를 수용하자고 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부터 김 최고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지도부 회의는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됐다. 시청자는 당직자와 기자 등 70여 명뿐이었다. 과거 이준석 전 대표 시절엔 3000~4000명에 달했다. 국민 관심을 전혀 끌지 못하는 ‘그들만의 회의’가 돼버린 것이다.
국민의힘은 인요한 혁신위가 출범한 직후 반짝 관심을 받았다. ‘메가 시티’ 구상과 ‘공매도 금지’ 등 정책 발표도 주목을 끌었다. 수도권 지지율이 모처럼 올랐다고 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던 김 대표의 약속은 말뿐이었다. 잇단 혁신안 거부로 인 위원장과 갈등만 부각됐다. 정책 발표도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인요한 원맨쇼”라는 말이 나왔다.
인재영입위원회가 구성됐지만 인재 영입 발표는 없었다. 총선기획단에 대해서도 “이런 맹탕 회의 왜 하느냐”는 말이 나왔다. 그래도 전체의 절반이 넘는 59명 초선 의원들은 침묵했다. 대부분 영남 출신이라 공천권을 쥔 지도부 눈치만 봤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당을 탈바꿈하겠다고 혁신위를 띄운 지 한 달여 만에 과거로 회귀해 버린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민의힘 지도부를 불러 대통령실 신임 참모들과 오찬 회동을 했다. 앞으로 노동·교육·연금·재정 개혁 등 주요 국정 현안을 추진하려면 국민의힘의 변화와 쇄신을 통해 총선에서 의미 있는 의석을 얻어야 한다. 국정 책임자인 윤 대통령이 이런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김 대표와 인 위원장도 대화와 협력을 통해 조속히 혁신의 성과를 보여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윤석열 정부의 경제 사회 구조 개혁은 물 건너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