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뉴스1

4·10 총선이 석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중앙선관위가 등록된 88개 여론조사 회사 중 34%에 해당하는 30개 업체를 곧 퇴출시키기로 했다. 선관위 산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여심위)는 전문성이 부족한 업체들이 많아 선거 여론조사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이같이 조치했다. 여심위가 등록 여건을 ‘분석전문 인력 3명 이상, 상근 직원 5명 이상, 연간 매출액 1억원 이상’으로 올리자 등록업체 중 3분의 1이 이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이 중 전화자동응답조사(ARS)만 운용하는 업체가 19개, 전화 면접조사만 하거나 병행하는 업체는 11개였다.

등록 요건이 크게 강화된 것이 아닌데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그동안 전문성과 신뢰도가 떨어지는 업체에서 상당수 선거 여론조사를 해왔다는 뜻이다. 등록이 취소되는 20개 회사는 2021년 이후 선거 여론조사 실적이 전혀 없었다. 지역 여론조사 의뢰가 많은 총선 때만 한몫 노리는 ‘떴다방’식 조사 업체가 많았다는 것이다.

일부 자격 미달 업체들이 벌여온 황당한 행태는 일일이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다. 2022년에는 노무현 청와대 행정관으로 일했던 친민주당 인사가 대표로 있는 여론조사 회사가 취임한 지 반년밖에 안 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관련 조사를 했다면서 ‘윤 대통령 탄핵론 과반, 전 지역·세대서 공감’이란 내용을 발표하자 이 기사가 좌파 매체들을 중심으로 퍼져 나갔다.

특정 정파의 스피커 역할을 하는 유튜버가 버젓이 선거 여론조사 회사를 운영하기도 한다. 일부 후보자에게 유리한 질문 문항을 만들어 결과를 유도하거나 표본을 추출하는 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치와 선거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신뢰한다는 응답은 40%로 다른 분야에 대한 여론조사 신뢰도에 비해 20%포인트 정도 낮았다.

선거 여론조사의 객관성, 신뢰성이 없으면 선거 자체의 신뢰성에 흠집이 생기게 된다. 이번에 퇴출되는 업체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특정인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설문을 구성하고, 민심과는 다른 결과가 나오도록 편향적인 표본을 추출한 사실이 밝혀지면 영구 퇴출시키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여심위의 권한과 역할을 확대해 설문 구성 및 표본 추출이 공정한지 면밀하게 들여다봐야 하고, 조사 방법도 전화 면접을 대폭 늘리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