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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발표를 마친 뒤 회견장을 나가고 있다. 2024.2.6/연합뉴스

정부가 올해 대입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했다.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묶여 있는 의대 정원을 19년 만에 5058명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비수도권 의대를 중심으로 집중 배정하겠다”고 했다.

의사가 부족해 지역 의료와 필수 의료 위기를 겪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큰 폭 증원은 불가피하다. 2021년 우리나라 임상 의사 수(한의사 포함)는 인구 1000명당 2.6명으로, OECD 회원국 중 멕시코(2.5명) 다음으로 적다. OECD 평균은 3.7명이다. 의사가 부족하면 국민이 고통받을 수밖에 없다. 지방 의료는 붕괴 직전이고, 소아과·외과·응급의학과 등 필수 의료 분야는 지원자가 없어 쩔쩔매고 있다. 젊은 부모들이 ‘소아과 오픈런’을 하고 환자들이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가 사망하는 사례까지 속출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 고령화 때문에 의료 인력 수요가 급증할 것도 분명하다.

의대 정원만 늘린다고 지역·필수 의료가 저절로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의사들을 지역·필수 의료로 유인할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지난 1일 지역·필수 의료 수가 인상에 10조원 이상 투입하고, 일정 기간 지방에서 근무하는 ‘지역 필수 의사제’ 도입,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무엇보다 의사들이 지방과 필수 의료 분야로 올 수 있도록 이 분야 수가를 올리고, 현재 의사들이 몰리는 미용·성형 등 분야는 부담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지금 미용·성형 등으로 의사가 쏠리는 현상은 복지부가 그동안 이 같은 조정을 소홀히 한 데 따른 것이다.

의대 증원 발표에 의사 단체들은 파업을 예고하면서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의사가 부족한 현실은 누구보다 현장 의사들이 가장 잘 알 것이다. 의사가 더 필요한 것이 명백하고 국민 거의 모두가 원하는데, 앞으로 돈벌이에 지장 있을까 봐 의사들이 치료를 안 하고 파업한다는 것은 ‘환자 치료’라는 숭고한 직업 정신에 먹칠하는 것이다. 유럽 의사들은 “의사를 늘린다는데 의사들이 환영하지 않고 왜 반대하느냐”고 묻는다고 한다.

정부는 의사들이 단체 행동을 벌이면 업무 복귀 명령을 내리고 이를 따르지 않을 때는 단호히 대응해야한다. 의사는 우리 사회 최고의 지식인이다. 경제적으로도 어느 직업보다 여유가 있다고 봐야 한다. 의사들이 집단 이기주의가 아니라 그 반대로 국민 고통을 더는 데 정부보다 먼저 더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한다.

이번 의대 증원으로 최상위권이 진학하는 학과 정원이 한 번에 2000명 늘어난다. 입시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서울대 자연 계열 입학생 수(1997명)와 비슷한 숫자다. 서울대·카이스트 등 최상위권 대학의 공학·과학 계열에서 자퇴해 의대에 다시 도전하는 ‘N수생’이 크게 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회를 위해서도 학생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도를 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이에 대한 점검과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