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장애인유권자 참정권 보장 정책간담회에 앞서한 참석자가 제22대 국회의원선거에 새롭게 도입될 장애인용 특수형 기표용구를 살펴보고 있다. 2024.2.15/연합뉴스

총선을 55일 앞둔 15일 현재 국민의힘은 전국 253지역구 중 50곳, 민주당은 51곳 공천자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들이 나가서 뛸 선거구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선거구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후보자 발표부터 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가 코앞에 닥칠 때까지 선거구를 확정하지 않는 것은 우리 정치의 고질병이다. 여야 모두 유불리를 따져 막판까지 눈치작전을 펼치다 더는 안 되겠다 싶을 때 합의해 왔다. 과거에는 공천 확정자로 발표까지 났지만 이후에 선거구가 없어져 출마를 못 한 황당한 일도 있었다. 이런 병폐를 없애기 위해 2015년 법을 개정해 선거구 획정을 여야 정치권이 아닌 선거구획정위원회라는 중립 기구에 맡기고, 선거 1년 전에 확정하도록 제도화했다.

하지만 이런 개선책이 한국 정치에 통할 리 없다. 국회는 선거구획정위가 통보한 안을 1회에 한해 거부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정치권은 이 권한을 이용해 과거와 똑같은 일을 벌이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선거구획정위는 서울과 전북에서 1석을 줄이는 대신 인천과 경기에서 1석씩 늘리는 안을 국회에 통보했다. 인구 변동에 따른 것이다. 인구가 는 곳은 의석을 늘리고 준 곳은 줄일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이 안을 수용한다고 했는데 민주당은 자기들에게 불리하다며 반대해 협상이 이어지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전북에서 의석을 줄이는 대신 서울 강남 등 국민의힘이 유리한 지역에서 줄이자고 주장한다. 한 지역 유권자 수는 표의 등가성과 직결된 것인데 민주당 주장은 이와 전혀 상관없는 것이다. 경기 규칙이라고 할 수 있는 선거 제도를 여야 합의 없이 이재명 대표 단 한 사람이 결정하도록 하더니 경기장이라고 할 수 있는 선거구까지 자기들 마음대로 정하겠다고 한다.

164석의 다수당이 1~2석을 놓고 당략을 저울질하면서 후보자는 물론 유권자도 혼란을 겪고 있다. 다른 지역구에서 선거운동을 하면 원칙적으로 불법인데, 어디까지가 자신의 지역구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서울 노원구에선 민주당 우원식 의원(노원을)이 같은 당 고용진 의원 지역구인 노원갑에 예비 후보로 등록하는 일도 있었다. 명함에 지역구를 표시할 수도 없다. 유권자도 자신들이 투표할 후보가 누구인지 오리무중이다.

한국 정치에선 비정상이 일상이 되고 있다. 이런 일만은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꼼수 탈법 변칙 폭주를 밥 먹듯이 하고 있다. 경기장도 정하지 않고 선수부터 선발하는 것 정도는 한국 정치에선 별일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