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라 부르는 한국 주식시장 저평가를 해소하겠다며 금융위원회가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지원 방안을 발표했는데 시장 반응은 미지근했다, 개인·기관의 실망 매물이 쏟아지면서 코스피 지수가 0.77% 내렸다.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내용은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상장 기업 스스로 기업 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연 1회 자율 공시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잘하는 기업을 뽑아 표창하는 방식으로 자율적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표창받은 기업에는 3년간 세무조사를 유예하는 등의 혜택을 주겠다고 했다. 정작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으로 지적되는 불합리한 제도나 세제 개혁안은 내놓지 않았다.
한국 기업들이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큰 이유 중 하나가 후진적 기업 지배 구조다. 대주주가 적은 지분으로 경영권을 휘두르는 반면 이를 견제해야 할 이사회는 ‘거수기’에 그쳐 소액주주의 이익이 반영되지 못하고 이것이 주가 상승을 막고 있다. 상법을 개정해 기업 이사의 의무에 ‘주주의 이익’ 조항을 포함하고 소액주주 권리를 강화하는 등 지배 구조 개편이 필요한데 이날 정부는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상법 개정 등의 개괄적 방향은 발표했지만 배당 소득 분리 과세, 자사주 소각 시 법인세 감면 등의 세제 지원책이나 구체적 내용은 내놓지 않았다.
일본 증시는 연일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보다 한발 앞서 기업 가치 제고 정책을 펴온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반면 한국 증시에서 개인·기관 투자자들은 올 들어서만 10조원을 팔아치우고 미·일 증시로 몰려가고 있다. 건전한 기업이 기업 가치를 키우고 투자자들의 부가 늘어나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경제가 역동적으로 성장한다. 공매도 한시적 금지, 대주주 주식 양도세 요건 완화 등 진통제를 놓는데는 발 빠르던 정부가 정작 구조적 처방은 미적댄다. 이래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