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90% 이상이 병원을 떠나 의료 현장에 문제가 적지 않은 가운데, 대한뇌혈관외과학회와 대한뇌혈관내치료의학회가 15일 “우리는 끝까지 병원을 지키겠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두 학회는 의사들의 주장이 아무리 옳다고 해도 지금 당장의 문제는 (의료 현장) 현실이라며 “그러기에 조속하고 합리적으로 해결될 때까지 저희는 병원을 지키고 있겠다”고 밝혔다.
뇌혈관 치료는 필수의료 중에서도 중추라고 할 수 있다. 언제 어떤 상태의 환자가 올지 몰라 24시간 대기 상태에 있다가 응급수술을 해야 하는 등 의사의 스트레스도 많은 분야다. 그런 고난도 시술과 열악한 근무 환경에 비해 충분한 수가 보상을 받지 못하는 대표적인 분야이기도 하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이 있다면 가장 많을 의사들이다. 그럼에도 사태 해결 때까지 병원을 지키겠다고 선언한 것이 울림을 주고 있다. 이를 보며 “이들이 바로 의사”라고 생각할 국민이 많을 것이다.
다른 한편에선 의대 교수들이 제자들을 보호하겠다며 집단 사직서를 제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공의들 집단행동으로 많은 병원에서 심각한 진료 공백이 발생한 상황에서 의대 교수들마저 사직하면 국민 생명과 건강은 위협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교수들이 병원 현장을 떠난 제자들의 복귀를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파업에 동참한다는 것에 충격을 받은 국민이 적지 않다. ‘제자 위한다고 국민 생명 팽개치느냐’는 분노가 상당하다. 환자 생명을 지키는 일은 제자를 지키는 일과는 비교할 수 없이 중대한 일이자 의사들의 기본 본분이다. 의대 교수들이 실제로 환자 곁을 떠나면 의사와 스승으로서 본분을 둘 다 저버리는 행태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의사들이 얼마든지 의대 증원에 반대할 수 있다. 그러나 환자 생명을 투쟁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의사들의 증원 반대엔 여러 이유가 있고 그중엔 합당한 내용도 많지만, 결국 문제의 중심에 ‘돈’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이를 국민이 다 알고 있다. 그런데도 교수들까지 파업에 가담한다면 두고두고 의료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의사 파업으로 사망하거나 심각한 후유증을 겪는 환자들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그 책임을 질 것인가. 정부의 의대 증원 규모와 추진 방식에 동의하기 어렵더라도 뇌혈관 분야 의사들처럼 자리를 지키며 끝까지 정부와 논의하는 것이 옳은 자세일 것이다.
뇌혈관 교수들도 파업하겠다는 다른 교수들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의사의 본분에 대한 고민이 더 깊었기 때문에 입장을 낼 수 있었을 것 같다. 이런 의사들이 있기에 아직 국민들이 의사들에 대한 신뢰를 놓지 않고 있을 것이다. 정부도 의사들과 협상에 나서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