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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승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앞에서 사직서 제출 시기 논의를 위한 총회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늘린 의대 정원 2000명에 대한 대학별 배정까지 마친 가운데, 방재승 전국의대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21일 “정부가 대화의 장을 만들면 교수들도 사직서 제출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방 위원장은 “정부가 먼저 전공의에 대한 조치를 풀어 달라”는 조건을 달았다. 그는 또 “정부가 올해는 도저히 2000명을 못 바꾼다면 객관적 검증을 통해 내년 정원은 객관적으로 결정해 보자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아직 의료계 일각의 제안이지만 주목할 만한 변화다.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들어간 지 한 달이 넘어가고 의대 교수들도 25일부터 사직서를 내겠다고 결의한 상태다. 의대 교수들까지 집단 사직하면 응급 중환자 수술까지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3월 말이 지나면 집단휴학 중인 의대생들의 유급도 불가피하다. 이제는 주장은 다 나왔으니 대화와 타협을 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에 가장 큰 걸림돌은 ‘대화의 전제 조건’이다. 대화하는 데 무슨 조건이 있나. 의료계는 사태를 오래 끌어 사망 환자가 나오는 등 피해가 커지면 정부가 압박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오산이다. 그 경우 정부도 압박을 받겠지만 의료계는 신뢰에 회복이 어려운 타격을 입게 된다. 의료계가 정부와 싸워 언제나 이겼다는 전례가 되풀이되기를 바란다면 그것도 오산이다. 지금 정부의 자세가 과거와 전혀 다르다. 전공의 등에 대한 법적 조치가 연이어 이뤄질 수 있고 나중에 선처도 없을 수 있다. 정부 역시 이렇게 원칙 대응으로 밀고 나가면 결국 의료계가 무너질 것으로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그렇게 강경하게만 나가면 점점 국민 지지를 잃게 될 것이다.

‘일단 2000명 증원으로 시작하되 그다음 정원은 객관적으로 재검증해보자’는 의료계 일각의 제안은 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대화를 시작하면 파업 전공의들에 대한 법적 처분 문제도 충분히 논의될 수 있다. 의대 증원은 시작이고 정작 중요한 것은 외과, 소아과 등 필수 의료와 고사 위기의 지방 의료를 살리는 문제다. 여기엔 정부와 의료계 입장 차이가 없다. 이미 정부는 필수 의료를 살리는 데 앞으로 5년 동안 1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의료계가 정부와 마주 앉아 구체적인 세부 사항을 채워 나가야 한다. 정부는 좀 더 포용적인 태도로 전환하고 의료계는 빨리 대표성 있는 대화 창구를 만들어 대화에 나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