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e
00:00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인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본 회의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1일 “의사들의 제약사 갑질에 대해 신고하면 최대 30억원의 보상금을 주겠다”고 밝혔다. 의사들이 제약사로부터 불법 리베이트를 받거나 제약사 직원에게 운전 등 사적 업무를 강요한 사례를 신고하면 거액을 주겠다는 것이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제약사 리베이트 등 불법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는 정보가 있었고 정부는 이것을 근절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며 5월 20일까지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제약사 불법 리베이트와 의사 갑질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정부가 갑자기 ‘30억원 보상금’을 현상금처럼 내건 것은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들을 겁박하려는 것이다. 이는 신중하고 합리적인 정부 정책이라기보다는 싸움꾼의 행태처럼 보인다.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더 높다.

정부는 다음 주부터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면허 정지 등 행정 처벌이 시작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전공의 90% 이상인 1만여 명이 면허 정지 대상이다. 일부 의사들이 해외 취업을 언급하자 “행정 처분을 받은 의사는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군 미필인 전공의들은 병무청의 허가를 받지 못해 해외 출국도 못하고 있다. 경찰은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간부들을 잇달아 소환 조사하고 있다. 의료계를 향해 “모든 이슈에 대해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고 말했지만 실제는 강경 일변도인 모습이다.

의대 정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국민이 압도적이다. 그러나 의대 증원은 각 집단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다. 정부와 의료계, 의료계와 환자, 의료계 내에서도 의사·간호사·한의사 등의 생각이 크게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한 집단을 완전히 굴복시키려 하면 큰 저항을 부를 수밖에 없다. 대한의사협회 비대위는 22일 성명에서 “현 정부를 정상적 대한민국 정부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 역시 이성을 잃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부와 의료계 양측의 주장은 충분히 나왔다. 이제는 대화할 시간이다. 의료계에선 ‘2000명 증원부터 시작하고 그다음은 다시 논의하자’는 제안까지 나왔다. 정부는 완승을 바라는지 모르겠지만 완승은 부작용을 남기게 된다. 조금 미흡하더라도 대화하고 절충하면 정부와 의료계, 국민 건강 모두를 위해 더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