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4일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행정처분과 관련해 “당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요청을 받고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의료인과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추진해 달라”고도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단과 만난 후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전공의들이 지난달 19일 병원을 떠나기 시작한 지 한 달여 만이다.
지금 의정 갈등은 중요한 고비에 있다. 정부는 원래 이르면 26일부터 전공의들에게 면허정지 처분을 내릴 방침이었다. 현재 전공의 90% 이상인 1만여 명이 면허정지 대상이다. 여기에다 의대 교수들도 25일부터 집단 사직과 근무 축소에 돌입하기로 했다. 정부와 의사들 사이에서 환자와 가족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극심한 불편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자 대통령이 한발 물러서고 여당 대표가 의사들을 만난 것이다.
정부와 의사들은 끝까지 협상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지금 의대 정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데 공감하는 국민이 압도적이다. 의사들은 의대 증원 필요성을 인정하고 기본적으로 의대 증원 규모는 정부의 권한임을 인정해야 한다. 정부는 이미 지난 20일 늘린 의대 정원 2000명에 대한 대학별 배정까지 마쳤다. 또 어떤 경우에도 의사가 환자 생명을 투쟁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점도 이번 기회에 분명히 해야 한다.
하지만 여권 내부에서도 정부와 의료계가 서로 한 치의 양보 없이 맞서는 상황이 장기화되는 것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대 증원은 이해 당사자가 있는 문제인데 어느 한쪽이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형태로 해결될 수 없을 뿐더러 그런 결말엔 상당한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이 유연한 처리를 지시하고 여당 대표와 의사 단체 간에 대화의 문이 열렸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장 타협점이 찾아지지 않는다 할지라도 서로 협상의 끈을 놓지 말고 절충할 수 있는 방안을 끈질기게 모색해 나가야 한다. 정부도 의료계도 환자들의 치료 받을 권리가 최우선 고려사항이라는 전제 조건을 잊지 않는다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