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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서울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열린 ‘고려대학교 의료원 교수 총회’에서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을 연기하고 의사들과 대화에 나설 방침을 밝혔지만, 전국 의대 교수들은 집단 사직서 제출을 시작했다. 이 의대 교수들 중 정말 교수직을 떠날 결심을 한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사표를 투쟁 수단으로 쓰는 것은 지식인이 할 일은 아니다. 더구나 의사가 할 일은 아니다. 의사 숫자 늘린다고 교수가 사표 낸다는 것을 이해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환자들은 말할 것도 없다. 사표 제출을 거절한 이미정 단국대 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정부의 ‘면허정지’가 의사들에게 협박으로 보이듯 교수들 사직서도 일부 국민에겐 협박으로 비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누가 틀리는 말이라 하겠나.

정부가 대화 의사를 밝히는데도 의대 교수들이 원래 예고한대로 사표를 내기 시작하는 것은 ‘의대 2000명 증원 백지화’를 정부와 대화하는 전제 조건으로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절차를 거쳐 대학에 정원 배정까지 마친 정책에 대해 완전 백지화까지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지나치다.

정부도 의료계와 대화하겠다면서도 2000명 증원은 양보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 2000명 증원을 양보할 수 없다면 무엇으로 대화하겠다는 건가. 대화하는 척하는 것밖에는 되지 않는다. 양측 다 겉으로는 대화하자고 하지만 ‘2000명 증원 불변’과 ‘2000명 증원 백지화’를 서로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니 대화가 되기 어렵다.

24일 국민의힘과 의료계가 만난 후 의정 대화를 모색하기 시작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실질적 대화가 이뤄지려면 의대 증원 숫자 2000명을 논의 테이블에 올려놓지 않을 수 없다. 정부안은 ‘2000명 5년 증원’이지만 ‘1000명 10년 증원’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의료계 일각에선 먼저 2000명 증원으로 시작하고 다음 해에 객관적으로 검증해 보자는 제안도 나왔다. 다 논의할 가치가 있는 방안이다. 교수들은 환자와 국민을 위협하는 사표 제출을 철회하고 정부는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해 신축적 태도로 대화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아집과 감정으로 키우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