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내부 공지를 통해 "오늘 윤석열 대통령과 만난다"고 밝힌 4일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목련이 핀 나무를 지나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의 첫 만남 이후 정부는 “전공의와 대화의 물꼬를 텄다”며 “앞으로도 계속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정부 관계자들이 연일 ‘유연한 입장’을 강조하는 등 의대 증원 규모를 포함한 의료개혁 방안에 대해 의료계 등과 타협할 생각임을 밝히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가 대화할 때 의료계가 주요 현안에 대해 단일한 입장을 갖고 나오는 것이 효율적이다. 그러나 지금 의료계는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의대 증원 철회 주장만 계속하고 있다. 도대체 주요 의료 현안에 대한 의료계의 입장이 뭔지 알 길이 없다. 대통령과 면담을 놓고도 임현택 차기 의사협회장이 ‘내부의 적’ 운운하며 실망감을 드러내고 전공의들 내부에서 박 위원장을 탄핵하자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내부 갈등마저 보이고 있다.

전공의 집단행동이 7주째에 접어들면서 지금 의료현장은 한계 상황에 처해 있다. 현장에 남아 전공의 공백을 메우고 있는 의료진의 번아웃이 심각한 상태이고, 언제 어디서 의료진 공백에 따른 대형 사고가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서울대병원 등 대형병원들은 한 달 수백억원의 적자를 내며 비상경영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진료 쪽 말고도 인턴 등록 기간이 지났고, 의대생 대량 유급 시기도 다가와 자칫 실기하면 그 부작용이 수년간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의료계는 지금부터라도 전공의, 의대 교수, 개원의, 의대생은 물론 주요 병원 관계자들의 의견을 모아 의료 현안에 대한 단일 입장을 내려는 노력을 해야할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속이 타들어가는 환자들의 불안과 국민들의 불편에 일말이라도 책임의식을 보이는 것이다. 의대 정원을 한꺼번에 2000명 늘리는 것이 무리라고 생각하면 대화 테이블에 나와 합당한 논리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의대 증원 규모 문제만 아니라 필수·지역 의료를 살릴 방법, 전공의들의 근무 여건과 처우 개선, 의사 사법 리스크 경감 방안 등 주요 현안들은 모두 의료계와 협의하지 않으면 풀기 힘든 문제들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건강보험과 예산 투입 의지를 밝히고 있는 지금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적기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