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방해 특별검사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려보냈다. 야당이 강행 처리한 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취임 후 10번째다. 민주당은 “국민과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대통령 탄핵을 주장했다. 대규모 장외 집회와 함께 특검법 재표결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특검법을 재의 요구한 가장 큰 이유는 현재 경찰과 공수처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특검은 검경 등의 수사가 미진하거나 공정성이 의심될 때 보완적으로 하는 게 원칙이다. 야당이 직접 이종섭 전 국방장관 등을 고발해 수사하라고 해놓고 수사가 진행 중인데 또 특검을 하자는 것은 수사 자체엔 관심이 없고 이 이슈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목적으로밖엔 안 보인다. 특히 특검 추천권을 야당이 갖는다는 것은 공정 수사는 안중에 없다는 뜻이다. 특검은 여야가 함께 추천하거나 대한변협 등 제3자가 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럼에도 다수 국민은 채 상병 특검에 찬성하고 있다.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의 원인을 규명하고 수사 외압이 있었는지 밝힐 필요가 있다. 정부 여당도 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도 특검에 찬성하고 있다. 법리만 앞세워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민 의구심이 커질 수 있다. 윤 대통령도 “수사 결과를 보고 납득이 안 되면 제가 먼저 특검을 주장하겠다”고 했다. 지금이라도 윤 대통령이 사건 처리 과정을 직접 투명하게 설명한다면 국민들이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해병대 자체 조사 결과가 경찰에서 회수된 과정은 여전히 불투명하게 남아 있다.
민주당도 특검 실시 시기와 특검 추천 방식 등에 대해선 다시 생각해야 한다. 특검 국회 통과와 실시엔 최소 한두 달이 걸린다. 독소 조항을 뺀 합리적 특검이라면 공수처와 경찰 수사 상황을 보며 실시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민주당은 특검을 대통령 탄핵 여론을 지피기 위한 정치 공세에 이용하는 듯하다. 헌법이 보장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탄핵 사유가 될 수 없다. 불과 20여 일 전 이재명 대표가 윤 대통령과 만나 협치를 모색했던 모습과도 맞지 않는다. 앞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안도 남아 있다. 여야가 특검으로 정면충돌한다면 주요 국정 현안은 올스톱 되고 남은 3년 내내 극한 대치로 갈 것이다. 나라에도 국민에게도 불행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