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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9사단 교하중대 교하 소초 장병들이 2018년 5월 1일 경기도 파주시 민간인 통제구역내 설치되어 있는 고정형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실이 2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논의했다. 북한이 분뇨·꽁초·폐지 등을 넣은 ‘오물 풍선’ 720여 개를 날려 보내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 공격을 닷새째 계속하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저급한 도발이지만 어떤 식으로든 대응하지 않으면 북은 멈추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확성기 재개 준비는 온전히 북한이 자초한 것이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군이 가장 두려워하는 우리의 비대칭 전력으로 꼽힌다. 2017년 탈북한 최전방 북한군은 “확성기 방송에서 탈북자들이 전하는 한국의 발전상을 들었기 때문”이란 취지로 진술했다. 대북 스피커는 낮에는 10㎞, 밤에는 24㎞까지 소리가 들린다. 최신 가요와 한반도 뉴스, 날씨 등을 라디오방송 형식으로 내보낸다. 방송을 재개하면 김정은이 한류(韓流) 확산을 극형으로 막고 있어도 최전방 북한군부터 한류와 외부 정보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북한 체제 특성상 미국 미사일보다 자유세계의 정보가 훨씬 더 위협적일 것이다.

북한은 확성기 방송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2004년 6월 남북 군사회담에선 확성기 중단을 위해 서해에서 도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2015년 8월 목함 지뢰 도발 당시 우리 측이 방송을 재개하자 북은 ‘준전시 태세’를 선포하면서 반발했다. 그러나 며칠 견디지 못하고 고위급 접촉을 먼저 제안해 이례적으로 지뢰 도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급소를 찔린 것처럼 반응했다. 확성기 방송은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재개됐지만 2018년 문재인 정부의 판문점 선언으로 중단됐다. 이후 문 정부는 북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어떤 도발을 해도 확성기를 다시 틀지 않았다.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재개되면 북은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 2015년엔 ‘확성기를 직접 타격하겠다’고 한 뒤 포격 도발을 감행해 우리 군이 포격으로 맞서기도 했다. 확성기를 빌미로 휴전선이나 NLL 일대에서 강도 높은 군사 도발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남북 충돌로 우리 측 피해가 발생할 경우, 천안함 폭침 때처럼 우리 사회에서 ‘전쟁이냐 평화냐’ 같은 정치 선동이 난무하고 정부 비난 여론이 일기를 바랄 것이다.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한반도 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정부는 대북 확성기 재개를 논의할 때 북한 도발을 상정한 군사적 대비책까지 마련해야 한다. 안보 문제에선 한 치 빈틈도 있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