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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대 정원 증원 관련 집단 휴진을 예고한 지난 6월 18일 오전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 벽면에 의협이 필수 의료가 생긴 이유에 대해 설명한 벽보가 게재돼 있다. /뉴시스

정부가 보상 수준이 낮은, 암 수술 등 1000여 개 중증 수술의 수가(건강보험이 병원에 주는 돈)를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 의료 보상 체계는 의사가 직접 하는 진찰과 수술·처치 등은 단가가 낮고 장비를 이용하는 검사 등은 단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기형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뇌동맥류 수술 수가가 290만원대로 쌍꺼풀 수술 비용과 비슷한 것이 단적인 예다.

소아과·산부인과·응급의학과 등은 생명과 직결된 의료 행위를 하지만 의사들 수입인 수가가 낮고 근무 여건이 열악해 큰 위기를 맞고 있다. 해당 의사들이 20여 년 동안 수가를 정상화해 달라고 아우성을 쳐도 정부가 찔끔찔끔 땜질식 대응만 해온 결과였다. 이 문제가 지난 2월 이후 6개월째 진행 중인 의료 사태의 근본 원인 중 핵심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복지부가 필수 분야 수가의 문제점을 개선해 왔다면 의사들이 의대 증원에 반대할 명분도 현저하게 줄었을 것임은 물론이다.

필수 의료 수가 정상화는 제일 먼저 시작했어야 할 일로, 지금도 너무 늦었다고 할 수 있다. 필수 의료 수가를 파격적으로 인상하지 않으면 의사를 아무리 늘려도 필수 의료로 의사들이 가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형 병원을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전환하는 일 등도 지금과 같은 낮은 수가 체계로는 공허한 얘기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는 내년 1월까지 수가를 인상할 항목과 폭을 정해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1만개에 가까운 의료 행위에서 인상할 대상과 폭을 정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정부가 시급성에 비해 너무 느긋한 시간표를 잡은 것 아닌가 싶다. 정부는 이미 지난 2월 매년 2조원씩 5년간 10조원을 들여 필수 진료과의 수가를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구체성이 없어서 의사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다. 정부는 이미 의료 행위 원가 분석 자료 등을 다 확보하고 있다. 정부가 구체적인 인상안 제시를 서두를수록 의사들 신뢰를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의대 증원, 지역 의료 강화, 의료 사고 안전망 구축, 건강보험 비급여 진료와 실손보험 개혁 등 다른 현안들도 필수 의료 수가 정상화를 전제로 했을 때 의미 있거나 해결 가능하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