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25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오찬 회동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정 비서실장, 추경호 원내대표, 홍철호 정무수석,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 이만희 의원, 한기호 의원, 인요한 의원, 정성국 의원, 조승환 의원, 박성훈 의원, 김희정 의원, 이상휘 의원, 박수영 의원, 김정재 의원, 김용태 의원, 박대출 의원, 이인선 의원, 박충권 의원, 주진우 의원, 김형동 의원. /뉴시스

국민의힘 내분 양상이 도를 넘고 있다. 당원 게시판에 한동훈 대표 가족 명의로 대통령 부부 비판 글이 다수 올라온 문제를 놓고 친윤(윤석열)계와 친한(한동훈)계가 연일 공개 충돌하고 있다. 친윤계가 ‘드루킹 수준의 여론 조작’이라고 공격하자 한 대표는 25일 “당대표를 끌어내리겠다는 의도”라고 했다. 이제는 서로 ‘고소·고발하겠다’고 한다. ‘가족 작성’ 논란이 불거졌을 때 한 대표가 사실을 밝혔으면 이렇게 될 문제는 아니었다. 그런데 한 대표는 지금껏 ‘맞다, 아니다’ 입장 표명이 없다.

이런 가운데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25일 서울 여의도에서 여당 의원 40여 명을 모아 오찬을 했다. 수석비서관들도 참석했다. 22일엔 홍철호 정무수석이 여당 의원 30여 명과 식사했다. 내년도 예산안 심사 관련 당정 협력을 강조하는 자리였다고 하는데 정작 당을 이끄는 한 대표는 빠졌다. 대신 친윤계인 추경호 원내대표가 “똘똘 뭉치자”를 외쳤다. 비서실장이나 정무수석이 여당 의원 수십 명을 모아 세 과시를 하는 것은 과거 정권에서 거의 없던 일이다.

반면 한 대표가 주재한 22일 당정 협의엔 대통령실에서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추 원내대표도 목감기를 이유로 불참했다. 날로 어려워지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의 지원 대책을 협의하는 자리였다. 요즘 ‘양극화 해소’를 외치는 대통령실이 불참할 자리였나.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가 회동한 후에도 두 사람의 불화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트럼프 당선과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 러시아의 대북 군사 지원 등으로 국제 정세는 요동치고 민생엔 빨간불이 들어온 지 오래다. 그런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총선에 참패해 소수당이 된 것도 모자라는지 지금까지도 서로 내분으로 분주하다. 그 내분이 시작된 게 국정 노선 같은 정책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 부인 문제 때문이라니 혀를 찰 일이다.